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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7

가마귀 열 두 소리 - 김수장 가마귀 열 두 소리 사람마다 꾸짖어도그 삿기 밥을 물어 그 어미를 먹이나니아마도 조중증자는 가마귄가 하노라 2018. 11. 30.
포구(浦口) - 김상용 슬픔이 영원해사주(砂洲)의 물결은 깨어지고묘막(杳漠)한 하늘 아래고한 곳 없는 여정(旅情)이 고달파라. 눈을 감으니시각이 끊이는 곳에추억이 더욱 가엾고 깜박이는 두셋 등잔 아래엔무슨 단란(團欒)의 실마리가 풀리는지...... 별이 없어 더 서러운포구의 밤이 샌다. 2018. 11. 30.
춘설 - 정지용 문 열자 선뜻!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뫼뿌리와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옹숭거리고 살아난 양이아아 꿈 같기에 설워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옴짓 아니 기던 고기압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한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 2018. 11. 30.
카라마조프 가의 형재들 1 - 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Fyodor Dostoevsky) "다들 똑같은 계단에 서 있는거야.다만, 나는 가장 낮은 곳에 있고 형은저 위쪽, 어디 열세 번째 계단쯤에있을 뿐이지. 이 문제에 대한 내관점은 이런데, 이 모든 것이 똑같은것, 완전히 동일한 성질의 것이야.아래쪽 계단에 발을 내디딘 사람은어떻든 꼭 위쪽 계단까지 올라가게 될 테니까.""그렇다면 아예 발을 내딛질 말아야겠네?""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예내딛지 말아야지.""그런 너는, 너는 그럴 수 있어?""그럴 수 없을 것 같아." p.230-231 2018. 11. 27.
강물 - 김영랑 잠 자리 서뤄서 일어났소꿈이 고웁지 못해 눈을 떳소 벼개에 차단히 눈물은 젖었는듸흐르다못해 한방울 애끈히 고이었소 꿈에 본 강물이 몹시 보고 싶었소무럭무럭 김 오르며 내리는 강물 언덕을 혼자서 지니노라니물오리 갈매기도 끼륵끼륵 강물은 철 철 흘러가면서아심찬이 그꿈도 떠실고 갔소 꿈이 아닌 생시 가진 설움도작고 강물은 떠실고 갔소. 2018. 11. 27.
아홉번째 파도 - 김인숙 남자가 떠난 후에도 얼마간의 시간이흘러서야 그녀는 자신이 여전히 담배연기로 자욱한 흡연실 한가운데 앉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이담배꽁초처럼 남겨졌다고 생각했다.그리고 남자는 어쩌면 담배를 끊는것보다 그녀를 끊는 것이 더 쉬운일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2018. 11. 27.
역사의 역사 - 유시민 역사의 역사는 내게 "너 자신을알라"고 말했다. 인간의 본성과 존재의의미를 알게 되면, 시간이 지배하는망강의 왕국에서 흔적도 없이 사그라질온갖 덧없는 것들에 예전보다 덜집착하게 될 것이라고 충고해 주었다.역사에 남는 사람이 되려고 하기보다는자기 스스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인생을 자신만의 색깔을 내면서살아가라고 격려했다. 2018. 11. 16.
농담 - Milan Kundera 그녀를 이해하고, 그녀 쪽으로 향하고,나에게 와닿는 쪽에서만 그녀라는 사람을사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와 직접관련이 없는 모든 부분에 대해서도,그러니까 그녀 자체의 모습, 그녀혼자만의 모습에 대해서도 그녀를사랑하는 것. 그러나 나는 이를 알지못했고 그래서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2018. 11. 16.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Oscar Fingal O'Flahertie Wills Wilde 결혼이 갖는 하나의 매력은, 결혼당사자 양편 모두에게 기만의 삶이 필수불가결해진다는 데 있지 않은가. 나는내 아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고, 아내는내가 무얼 하고 있는지 결코 알지못해. 두 사람이 함께 있을때라면, (우리가 가끔 자리를 함께 할때도 있긴 하네. 외식을 한다든가,공작의 집에 갈 때지.) 우리는 가장심각한 표정으로 가장 하찮은 이야기를하곤 하네. 아내를 이런 일에 아주능해. 실제로 나보다 훨씬 더 능하지.내 아내는 밀회의 대상과 일정을혼동하는 일이 거의 없지만, 나는 항상혼동하니까. 하지만 내가 누굴 만나고있는 걸 알아도 아내는 결코 싸움을걸지 않네. 때로는 아내가 싸움을 걸어주기를 원할 대도 있어. 하지만 아내는그런 나를 비웃을 따름이야. 2018. 11. 16.
첫날밤 신부의 내숭 - 홍만종 어떤 신부가 있었다. 첫날밤, 유모가신부를 신방으로 데려가려는데 신부가한사코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이었다.억지로 신부를 들쳐 업고 신방 앞까지간 유모는 급한 마음에 문고리가 아닌문지도리를 계속해서 잡아당겼다. 그러니아무리 당겨도 문이 열리기 만무했다.겉으로 싫은 척하던 신부는 내심답답하기 짝이 없어 결국 입을 열었다."문이 열려도 나는 절대 안 들어 갈테야. 유모가 잡아당기는 게 문고리가아니라 문지도리라도 말이야!" 2018. 11. 16.
보이지 않는 인간 - Ralph Waldo Ellison 나는 보이지 않는 인간이다. 아니,그렇지만 에드거 앨런 포를 사로잡은유령이나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심령체같은 존재라는 말은 아니다. 나는 살과뼈가 있고, 섬유질과 체액으로이루어진, 실체를 지닌 인간이다.게다가 어쩌면 정신가지도 있다고 할 수있다. 내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사람들이 나를 보려고 하지 않기때문이다. 나는 마치 서커스의 곁들이프로그램에서 가끔씩 등장하는 몸뚱이없는 머리들처럼, 실물을 왜곡해서 보여주는 단단한 거울들로 둘러싸인 것같다. 사람들은 내게 다가올 대 내주변의 것이나 혹은 자신들의 상상속에서 꾸며진 것만을 본다. 그야말로그들은 모든 것을 빠짐없이 다 보면서도정작 나의 진정한 모습은 보지 않는다. 2018. 11. 16.
추억 - 윤동주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조그만정거장에서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서 간신한 그림자를떨어트리고,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운 것도 없이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나를 멀리 실어다주어, 봄은 다 가고 - 동경 교회 어느조용한 하숙방에서,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지나가고,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 게다. -아아 젊은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2018. 11. 16.
낙엽 - William Butler Yeats 우리를 사랑하는 긴 잎사귀 위에 가을은당도했다.그리고 보릿단 속에 든 생쥐에게도우리 위에 있는 로우언나무 잎사귀는노랗게 물들고이슬 맺힌 야생 딸기도 노랗게 물들었다. 사랑이 시드는 계절이 우리에게 닥쳐와지금 우리의 슬픔 영혼은 지치고 피곤하다.우리 헤어지자, 정열의 계절이 우리를저버리기 전에,그대의 수그린 이마에 한번의 입맞춤과눈물 한 방울을 남기고서 Autumn is over the long leaves that love us,And over the mice in the barley sheaves;Yellow the leaves of the rowan above us,And yellow the wet wild-strawberry leaves, The hour of the waning of love ha.. 2018. 11. 16.
카라마조프 가의 형재들 1 - 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Fyodor Dostoevsky) 어쨌거나 도련님은 살인이 일어나리라는걸 알고 계셨고 나한테 살인을 하라고위임해 놓곤 정작 도련님 자신은 모든걸 다 알면서도 떠나셨기 때문에 이사건 전체에 있어 유죄입니다. 도련님은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늘 저녁 도련님의눈앞에서 여기 이 사건 전체의 주범은어디까지나 오직 도련님 한 분이라는것을, 내가 죽이긴 했지만 나는 주범은아니라는 것을 도련님한테 증명하고 싶은겁니다. 바로 도련님이 그야말로 법적인살인범이다, 이 말입니다! 2018. 11. 16.
햇빛과 함께 - Heinrich Heine 햇빛과 함게 봄이 오면봉오리를 열고 꽃은 핀다. 달이 반짝이기 시작하면ㄷ그 뒤로 별들이 나타난다. 황홀한 눈으로 시인이 바라보면마음 밑바닥에서 노래가 용솟음친다. 그러나 벼롣 꽃도 노래도눈도 달빛도 반짝이는 햇빛도 그것들이 아무리 욕심나는 것이라할지라도세상이 결코 주지는 않는다. 2018.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