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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04

무기여, 잘 있거라 - Ernest Hermingway 내가 일선으로 다시 돌아왔을 대도 우리 부대는 여전히 그 읍에 머물렀다. 근처에는 대포가 매우 늘었으며, 봄이 돌아왔다. 들판에는 푸른 기운이 서서히 감돌았으며, 포도 덩굴에는 조그만 푸른 싹이 돋았고, 가로수에도 작은 잎이 달렸으며, 바다에서 훈풍이 불어왔다. 나는 구름이 있고 그 위에 옛 성이 있고, 그 너머로 산들이 둘러선 읍을 바라보았다. 산은 갈색이었으나 산허리에는 약간 푸른색도 있었다. 읍에는 대포가 더 많아졌고, 병원도 몇개 새로 생겼으며, 거리에서는 영국 남자나 간혹 여자를 만날 수 있었고, 집이 몇 채 더 포탄의 세례를 받은 것이 눈에 띄었다. 날씨가 따뜻하고 봄다워 벽에 비낀 햇살로 몸이 훈훈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수목 사이로 좁은 길을 걸어 내려가니까 우리 패들은 아직도 그전 집에 그대.. 2018. 11. 10.
지하로부터의 수기 - 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Fyodor Dostoevsky) 누구든 사람은 오직 친구들이 아니면 아무한테나 털어놓지 못하는 추억이 있는 법이다. 친구들도 아닌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그것도 은밀히 털어놓을 수밖에 없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끝으로,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도 털어놓기 무서운 것들도 있는데, 점잖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것들이 상당히 많이 쌓여 있을 것이다. 2018. 11. 10.
노인과 바다 - Ernest Hermingway 이제 노인은 뱃전 너머로 낚싯대 세개가 물속에 잠기는 것을 지켜보면서 낚싯줄이 적당한 수심에서 위아래가 팽팽하게 당겨지도록 가만히 노를 저었다. 날이 상당히 훤해졌다. 이제 곧 해가 솟아 오를 것 같았다. 해가 희미하게 떠오르자, 바다 위에 떠 있는 다른 고깃배들이 보였다. 고깃배들은 대부분 멀이 해안 쪽 바다에서 조류를 가로질러 야트막하게 흩어져 있었다.날이 더욱 밝아지자 갑자기 눈부신햇빛이 물 위로 쏟아졌다. 잠시 후에 해가 선명하게 못ㅂ을 드러냈고, 잔잔한 수면이 해를 반사시켜 눈이 아팠다.노인은 물 위에서 시선을 거두며 천천히 노를 저었다. 노인은 가끔 물속을 내려다보았다. 어두운 물 속 깊이 곧게 낼뻗은 낚싯줄이 보였다. 그는 누구보다도 낚싯줄을 똑바로 드리울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물 속.. 2018. 11. 10.
岩穴(암혈)의 노래 - 조지훈 야위면 야윌수록살찌는 혼(魂) 별과 달이 부서진샘물을 마신다. 젊음이 내게 준서릿발 칼을 맞고 創痍(창이)를 어루만지며내 홀로 쫓겨 왔으나 세상에 남은 보람이욓려 크기에 풀을 뜯으며나는 우노라 꿈이여 오늘도광야를 달리거라 깊은 산골에잎이 진다. 2018.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