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귀 열 두 소리 사람마다 꾸짖어도

그 삿기 밥을 물어 그 어미를 먹이나니

아마도 조중증자는 가마귄가 하노라

posted by 두대

슬픔이 영원해

사주(砂洲)의 물결은 깨어지고

묘막(杳漠)한 하늘 아래

고한 곳 없는 여정(旅情)이 고달파라.


눈을 감으니

시각이 끊이는 곳에

추억이 더욱 가엾고


깜박이는 두셋 등잔 아래엔

무슨 단란(團欒)의 실마리가 풀리는지......


별이 없어 더 서러운

포구의 밤이 샌다.

posted by 두대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옹숭거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워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 기던 고기압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한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

posted by 두대

"다들 똑같은 계단에 서 있는거야.

다만, 나는 가장 낮은 곳에 있고 형은

저 위쪽, 어디 열세 번째 계단쯤에

있을 뿐이지. 이 문제에 대한 내

관점은 이런데, 이 모든 것이 똑같은

것, 완전히 동일한 성질의 것이야.

아래쪽 계단에 발을 내디딘 사람은

어떻든 꼭 위쪽 계단까지 올라가게 될 테니까."

"그렇다면 아예 발을 내딛질 말아야겠네?"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예

내딛지 말아야지."

"그런 너는, 너는 그럴 수 있어?"

"그럴 수 없을 것 같아."


p.230-231

posted by 두대

잠 자리 서뤄서 일어났소

꿈이 고웁지 못해 눈을 떳소


벼개에 차단히 눈물은 젖었는듸

흐르다못해 한방울 애끈히 고이었소


꿈에 본 강물이 몹시 보고 싶었소

무럭무럭 김 오르며 내리는 강물


언덕을 혼자서 지니노라니

물오리 갈매기도 끼륵끼륵


강물은 철 철 흘러가면서

아심찬이 그꿈도 떠실고 갔소


꿈이 아닌 생시 가진 설움도

작고 강물은 떠실고 갔소.

posted by 두대

남자가 떠난 후에도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서야 그녀는 자신이 여전히 담배

연기로 자욱한 흡연실 한가운데 앉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이

담배꽁초처럼 남겨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남자는 어쩌면 담배를 끊는

것보다 그녀를 끊는 것이 더 쉬운

일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posted by 두대

역사의 역사는 내게 "너 자신을

알라"고 말했다. 인간의 본성과 존재의

의미를 알게 되면, 시간이 지배하는

망강의 왕국에서 흔적도 없이 사그라질

온갖 덧없는 것들에 예전보다 덜

집착하게 될 것이라고 충고해 주었다.

역사에 남는 사람이 되려고 하기보다는

자기 스스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인생을 자신만의 색깔을 내면서

살아가라고 격려했다.

posted by 두대

그녀를 이해하고, 그녀 쪽으로 향하고,

나에게 와닿는 쪽에서만 그녀라는 사람을

사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와 직접

관련이 없는 모든 부분에 대해서도,

그러니까 그녀 자체의 모습, 그녀

혼자만의 모습에 대해서도 그녀를

사랑하는 것. 그러나 나는 이를 알지

못했고 그래서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posted by 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