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 /[ .TXT ]336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Oscar Fingal O'Flahertie Wills Wilde 결혼이 갖는 하나의 매력은, 결혼당사자 양편 모두에게 기만의 삶이 필수불가결해진다는 데 있지 않은가. 나는내 아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고, 아내는내가 무얼 하고 있는지 결코 알지못해. 두 사람이 함께 있을때라면, (우리가 가끔 자리를 함께 할때도 있긴 하네. 외식을 한다든가,공작의 집에 갈 때지.) 우리는 가장심각한 표정으로 가장 하찮은 이야기를하곤 하네. 아내를 이런 일에 아주능해. 실제로 나보다 훨씬 더 능하지.내 아내는 밀회의 대상과 일정을혼동하는 일이 거의 없지만, 나는 항상혼동하니까. 하지만 내가 누굴 만나고있는 걸 알아도 아내는 결코 싸움을걸지 않네. 때로는 아내가 싸움을 걸어주기를 원할 대도 있어. 하지만 아내는그런 나를 비웃을 따름이야. 2018. 11. 16.
첫날밤 신부의 내숭 - 홍만종 어떤 신부가 있었다. 첫날밤, 유모가신부를 신방으로 데려가려는데 신부가한사코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이었다.억지로 신부를 들쳐 업고 신방 앞까지간 유모는 급한 마음에 문고리가 아닌문지도리를 계속해서 잡아당겼다. 그러니아무리 당겨도 문이 열리기 만무했다.겉으로 싫은 척하던 신부는 내심답답하기 짝이 없어 결국 입을 열었다."문이 열려도 나는 절대 안 들어 갈테야. 유모가 잡아당기는 게 문고리가아니라 문지도리라도 말이야!" 2018. 11. 16.
보이지 않는 인간 - Ralph Waldo Ellison 나는 보이지 않는 인간이다. 아니,그렇지만 에드거 앨런 포를 사로잡은유령이나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심령체같은 존재라는 말은 아니다. 나는 살과뼈가 있고, 섬유질과 체액으로이루어진, 실체를 지닌 인간이다.게다가 어쩌면 정신가지도 있다고 할 수있다. 내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사람들이 나를 보려고 하지 않기때문이다. 나는 마치 서커스의 곁들이프로그램에서 가끔씩 등장하는 몸뚱이없는 머리들처럼, 실물을 왜곡해서 보여주는 단단한 거울들로 둘러싸인 것같다. 사람들은 내게 다가올 대 내주변의 것이나 혹은 자신들의 상상속에서 꾸며진 것만을 본다. 그야말로그들은 모든 것을 빠짐없이 다 보면서도정작 나의 진정한 모습은 보지 않는다. 2018. 11. 16.
추억 - 윤동주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조그만정거장에서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서 간신한 그림자를떨어트리고,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운 것도 없이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나를 멀리 실어다주어, 봄은 다 가고 - 동경 교회 어느조용한 하숙방에서,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지나가고,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 게다. -아아 젊은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2018. 11. 16.
낙엽 - William Butler Yeats 우리를 사랑하는 긴 잎사귀 위에 가을은당도했다.그리고 보릿단 속에 든 생쥐에게도우리 위에 있는 로우언나무 잎사귀는노랗게 물들고이슬 맺힌 야생 딸기도 노랗게 물들었다. 사랑이 시드는 계절이 우리에게 닥쳐와지금 우리의 슬픔 영혼은 지치고 피곤하다.우리 헤어지자, 정열의 계절이 우리를저버리기 전에,그대의 수그린 이마에 한번의 입맞춤과눈물 한 방울을 남기고서 Autumn is over the long leaves that love us,And over the mice in the barley sheaves;Yellow the leaves of the rowan above us,And yellow the wet wild-strawberry leaves, The hour of the waning of love ha.. 2018. 11. 16.
카라마조프 가의 형재들 1 - 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Fyodor Dostoevsky) 어쨌거나 도련님은 살인이 일어나리라는걸 알고 계셨고 나한테 살인을 하라고위임해 놓곤 정작 도련님 자신은 모든걸 다 알면서도 떠나셨기 때문에 이사건 전체에 있어 유죄입니다. 도련님은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늘 저녁 도련님의눈앞에서 여기 이 사건 전체의 주범은어디까지나 오직 도련님 한 분이라는것을, 내가 죽이긴 했지만 나는 주범은아니라는 것을 도련님한테 증명하고 싶은겁니다. 바로 도련님이 그야말로 법적인살인범이다, 이 말입니다! 2018. 11. 16.
햇빛과 함께 - Heinrich Heine 햇빛과 함게 봄이 오면봉오리를 열고 꽃은 핀다. 달이 반짝이기 시작하면ㄷ그 뒤로 별들이 나타난다. 황홀한 눈으로 시인이 바라보면마음 밑바닥에서 노래가 용솟음친다. 그러나 벼롣 꽃도 노래도눈도 달빛도 반짝이는 햇빛도 그것들이 아무리 욕심나는 것이라할지라도세상이 결코 주지는 않는다. 2018. 11. 13.
운수좋은 날 - 현진건 웃음 소리 들은 높아졌다. 그러나 그웃음 소리들이 사라지기 전에 김 첨지는훌쩍훌쩍 울기 시작하였다. 치삼은 어이없이 주정뱅이를 바라보며,"금방 웃고 지랄을 하더니 우는 건 또무슨 일인가." 김 첨지는 연해 코를 들여마시며,"우리 마누라가 죽었다네." "뭐, 마누라가 죽다니, 언제?" "이놈아 언제는. 오늘이지." "엑기 미친 놈, 거짓말 말아." "거짓말은 왜, 참말로 죽었어,참말로... 마누라 시체를 집어뻐들쳐놓고 내가 술을 먹다니, 내가죽일 놈이야, 죽일 놈이야."하고 김첨지는 엉엉 소리를 내어 운다. 치삼은 흥이 조금 깨어지는 얼굴로,"원 이 사람이, 참말을 하나 거짓말을하나. 그러면 집으로 가세, 가."하고우는 이의 팔을 잡아당기었다. 치삼의 끈느 손을 뿌리치더니 김 첨지는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2018. 11. 13.
길 -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길에 나아갑니다. 도로가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길은 돌담을 기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쳐다보면 한르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2018. 11. 13.
석(石)문 - 조지훈 당신의 손끝만 스쳐도 소리없이 열릴돌문이 있습니다. 뭇 사람이 조바심치나굳이 닫힌 이 돌문 안에는, 석벽난간열두 층계 위에 검푸른 이끼가 앉았습니다. 당신이 오시는 날 까지는, 길이 꺼지지않을 촛불 한자루도 간직하였습니다.이는 당신의 그리운 얼굴이 이 희미한불 앞에 어리울 때까지는 천 년이지나도 눈 감지 않을 저의 슬픈 영혼의모습입니다. 길숨한 속눈썹에 항시 어리운 이두어방울 이슬은 무엇입니까? 당신의남긴 푸른 도포자락으로 이 눈썹을씻으랍니까? 두 볼은 옛날 그대로복사꽃 빛이지만 한숨에 절로 입술이푸르러감을 어찌합니까? 몇 만리 굽이치는 강물을 건너와 당신의따슨 손길이 저의 흰 목덜미를어루만질때, 그때야 저는 자취도 없이한줌 티끌로 사라지겠습니다. 어두운 밤하늘 허공 중천에 바람처럼 사라지는저의 옷자락은.. 2018. 11. 12.
고민과 소설가 - 최민석 Essay 더 멋진 생각과 더 나은 자세가 발견되면,이전에 묶어둔 부표를 새 흐름에과감히 떠내려 보는 것,이게 바로 '좋은 어른이 되는 자세'입니다. 2018. 11. 12.
무기여, 잘 있거라 - Ernest Hermingway 내가 일선으로 다시 돌아왔을 대도 우리 부대는 여전히 그 읍에 머물렀다. 근처에는 대포가 매우 늘었으며, 봄이 돌아왔다. 들판에는 푸른 기운이 서서히 감돌았으며, 포도 덩굴에는 조그만 푸른 싹이 돋았고, 가로수에도 작은 잎이 달렸으며, 바다에서 훈풍이 불어왔다. 나는 구름이 있고 그 위에 옛 성이 있고, 그 너머로 산들이 둘러선 읍을 바라보았다. 산은 갈색이었으나 산허리에는 약간 푸른색도 있었다. 읍에는 대포가 더 많아졌고, 병원도 몇개 새로 생겼으며, 거리에서는 영국 남자나 간혹 여자를 만날 수 있었고, 집이 몇 채 더 포탄의 세례를 받은 것이 눈에 띄었다. 날씨가 따뜻하고 봄다워 벽에 비낀 햇살로 몸이 훈훈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수목 사이로 좁은 길을 걸어 내려가니까 우리 패들은 아직도 그전 집에 그대.. 2018. 11. 10.
지하로부터의 수기 - 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Fyodor Dostoevsky) 누구든 사람은 오직 친구들이 아니면 아무한테나 털어놓지 못하는 추억이 있는 법이다. 친구들도 아닌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그것도 은밀히 털어놓을 수밖에 없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끝으로,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도 털어놓기 무서운 것들도 있는데, 점잖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것들이 상당히 많이 쌓여 있을 것이다. 2018. 11. 10.
노인과 바다 - Ernest Hermingway 이제 노인은 뱃전 너머로 낚싯대 세개가 물속에 잠기는 것을 지켜보면서 낚싯줄이 적당한 수심에서 위아래가 팽팽하게 당겨지도록 가만히 노를 저었다. 날이 상당히 훤해졌다. 이제 곧 해가 솟아 오를 것 같았다. 해가 희미하게 떠오르자, 바다 위에 떠 있는 다른 고깃배들이 보였다. 고깃배들은 대부분 멀이 해안 쪽 바다에서 조류를 가로질러 야트막하게 흩어져 있었다.날이 더욱 밝아지자 갑자기 눈부신햇빛이 물 위로 쏟아졌다. 잠시 후에 해가 선명하게 못ㅂ을 드러냈고, 잔잔한 수면이 해를 반사시켜 눈이 아팠다.노인은 물 위에서 시선을 거두며 천천히 노를 저었다. 노인은 가끔 물속을 내려다보았다. 어두운 물 속 깊이 곧게 낼뻗은 낚싯줄이 보였다. 그는 누구보다도 낚싯줄을 똑바로 드리울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물 속.. 2018. 11. 10.
岩穴(암혈)의 노래 - 조지훈 야위면 야윌수록살찌는 혼(魂) 별과 달이 부서진샘물을 마신다. 젊음이 내게 준서릿발 칼을 맞고 創痍(창이)를 어루만지며내 홀로 쫓겨 왔으나 세상에 남은 보람이욓려 크기에 풀을 뜯으며나는 우노라 꿈이여 오늘도광야를 달리거라 깊은 산골에잎이 진다. 2018.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