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 421

허생전 - 채만식 "악한 돈일랑 모으지 마시오. 인자는 불부라는 말이, 세상 사람이 돈을 악하게밖에는 모을 줄을 모르기 때문에 그래 난 말이지요. 악하지 않게 모아 악하지 않게 쓰면야 부자가 나뿔 며리야 없는 것이니깐요." 2021. 9. 27.
오늘의 명언 - Ἀριστοτέλης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거나, 혼자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사회가 필요없는 자는 짐승이 아니면 신이 틀림없다 2021. 9. 27.
인연 - 한용운 정말 사랑하고 있는 사람 앞에서는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안합니다.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리입니다. 잊어야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땐 잊었다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때 돌아보지 않는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은 그 만큼 그 사람을 못 잊는 것이요 그 만큼 그 사람과 사랑했다는 것이요. 그러나 알 수 없는 표정은 이별의 시초이며 이별의 시달림입니다. 떠날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가다가 달려오면 사랑하니 잡아달라는 것이요 가다가 멈추면 다시 한번 더 보고 싶다는 것이요 뛰다가 전봇대에 기대어 울면 오직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2021. 9. 27.
부활 - Лев Николаевич Толстой 고모네 집은 한적한 시골에 있었으므로 매우 조용했고, 그의 마음을 들뜨게 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게다가 고모들은 조카이면서 자기들의 상송작인 그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었으며 그 역시 고모들을 사랑하고 그 고풍스럽고 소박한 생활을 좋아했었다. 네플류도프는 고모 집에서 지낸 그 해 여름에 환희에 찬 기막힌 경험을 했다. 그것은 청년이 처음으로 남의 가르침 없이 스스로 인생의 모든 아름다움과 그 의미를 인식하고, 인생에 있어서 자기에게 맡겨진 일의 가치를 깊이 깨닫고, 자기와 온 세계의 무한한 가능성을 찾아내고, 자기가 공상하고 있는 완성의 경지에 반드시 도달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뿐만 아니라 완전한 확신까지도 믿으면서, 그 일에 몰두할 때 경험할 수 있는 그런 정신적 감격이었다. 그 해, 아직 대학.. 2021. 9. 24.
우리는 이별에 서툴러서 - 최은주 이별카페는 불이 환히 켜져 있었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사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맞아요, 오늘 헤어지러 왔어요." 사장님은 다 안다는 듯한 눈빛을 주었다. 1인 테이블에는 먼저 온 여자 손님이 노트북을 펼치고 무언가 하고 있었다. 우리는 구석진 창가 자리로 갔다. 내가 안쪽 자리에 앉고 아버지는 바깥 자리에 앉았다. 이윽고 커피가 나오고 피할 수 없는 둘만의 시간이 되었다. 그냥 아버지와 같은 거로 시킨 아메리카노에서는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 잔이 모두 비워지면 그땐 헤어지게 된다. 마지막 순간이 되면 가슴이 더 주체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차분해지고 있다. 아버지는 미안하다고 하시겠지. 그럼 나는 괜찮다고 해야 할까. 그 말은 지금 괜찮다는 말이 될까. 앞으로 괜찮아질 거라는.. 2021. 9. 24.
웬델른 - 김현재 작은 동물은 아직 숨이 붙어 있었지만 몹시 약해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았다. 정수가 몸통을 쓰다듬자 한쪽 눈동자가 움직여 그와 눈길을 맞췄다. 정수는 눈을 감고 그 작은 동물의 머리 위에 조심스럽게 이마를 대었다. 한참 뒤 고개를 든 정수는 새끼들을 바라보았다. 어미 쪽을 보던 새끼들은 얼른 정수와 눈길을 마주했다. 정수는 옆쪽으로 좀 더 기어가서 양팔로 작은 동물과 새끼들을 품었다. 2021. 9. 24.
아주 사소한 히어로의 특별한 쓸쓸함 - 김인숙 지난번보다 조금은 더 커졌나.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아이를 바라봤다. 적어도 아이가 지난번보다 조금 더 빠르게 걷는 건 분명했다. 그를 만나고 싶은 열망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자랐다는 뜻이고, 그만큼 보폭이 커졌다는 뜻이었다. 자신의 성장 속도를 이기지 못해, 아이는 만나기가 귀찮고 성가신 아버지를 일 분쯤 더 빠르게 만나야 하는 것이다. 2021. 9. 24.
우리는 이별에 서툴러서 - 최은주 빛이 아니어도 된다. 지금과 다르기만 하면 된다. 쳇바퀴 밖으로 한 발 내디딜 수만 있으면 된다. 2021. 9. 24.
지하에서 쓴 수기 - 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나의 설명을 들어보라. 쾌감이 찾아오는 시기는, 굴욕적인 자신의 존재를 잔인할 정도로 의식할 때였고, 막다른 벽에 부딪칠 때였고, 앞이 꽉 막혔는데 빠져나갈 탈출구가 딱히 없을 때였고, 탈출구가 없는 상태에서 다른 무엇이 되려야 도저히 될 수 없을 때였고, 무엇이든 다른 것이 되어보겠다는 믿음과 여유가 아직 남아 있다 해도 나 자신이 딴사람이 될 의향이 전혀 없을 때였고, 다른 무엇이 되길 바란다 하더라도 변신할 만한 대상이 실질적으로 전혀 없어서 그냥 두 손 놓고 멍하니 있을 때였다. 그런데 궁극적인 요체는, 강해진 의식의 기본법칙에 따라, 이 법칙에서 파생된 타성에 따라 그 모든 쾌감이 찾아오기 때문에 막상 어떠한 변신도 이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 2021. 9. 13.
숱한 사람들 속을 헤집고 나왔어도 - 가랑비메이커@garangbimaker 돌아설 때는 언제나 열에 아홉만큼 행복했다 아쉬움이나 후회가 아닌 그리워하고 돌아갈 이유를 남겼다 남겨진 하나를 메우기 위해 그렇게 다시 마주할까 싶어서 83p 「열에 하나」 2021. 9. 13.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村上 春樹 그때 그는 비로소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영혼의 맨 밑바닥에서 다자키 쓰쿠루는 이해했다.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은 조화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와 상처로 깊이 연결된 것이다. 아픔과 아픔으로 나약함과 나약함으로 이어진다. 비통한 절규를 내포하지 않은 고요는 없으며 땅 위에 피 흘리지 않는 용서는 없고, 가슴 아픈 상실을 통과하지 않는 수용은 없다. 그것이 진정한 조화의 근처에 있는 것이다. 2021. 9. 13.
꿈과 근심 - 한용운 밤 근심이 하 길기에 꿈도 길 줄 알았더니 님을 보러 가는 길에 반도 못가서 깨었구나 새벽 꿈이 하 짧기에 근심도 짧은 줄 알았더니 근심에서 근심으로 끝 간 데를 모르겠다. 만일 님에게도 꿈과 근심이 있거든 차라리 근심이 꿈되고 꿈이 근심되어라. 2021. 9. 13.
비블리온 - 문지혁 "그런 의미에서 30년 전 정부가 내세운 구호는 미래적이야. 우리의 미래에 필요한 것은 책이 아니라 인격이다. 옛 지성은 재로 사라지고 그 잔해 속에서 새 인격이 탄생할 것이다. 말 그대로 기술이 아니라 새 인격이 필요했지. 정부는 전문가들을 모아 DNA 편집의 부작용에 관한 총체적인 보고서를 작성했고, 그들은 최종 해결책으로 종이책을 제시했네." "왜 책이죠?" "책만이 내면을 만들어 주니까. 그건 일종의 근육 같은 거야." 사내는 말했다. "내면이 없는 자는 시간을 견딜 수 없어." 2021. 9. 3.
원통 안의 소녀 - 김초엽 사람들은 언제나 다정하고 친절하고 멀리 있었다. 이 도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햇볕을 먹은, 물기 어린, 비가 온 다음 날이면 곳곳이 반짝이며 빛나는··· 그녀를 위해 설계되지 않은 도시. 스무해 가까이 살았어도 그녀는 여전히 이곳의 여행자였다. 2021. 9. 3.
아침이 온다 - 辻村深月 눈물을 닦는 대신 다짐했다. 둘이자 하나인 우리가 함께 봤던 하늘을,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은 이 시간을 기억하자고. 2021.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