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675 마리 멜리에스 - 해도연 컴퓨터 속에서 폭풍우를 분자 하나까지 완벽하게 재현한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을 젖게 만들 수는 없어요. 증명해 봐요. 내 속에 남아 있던 감정의 덩어리가 당신을 흠뻑 젖게 만들 수 있다는 걸. 2021. 3. 19. 별똥 떨어진 데 - 윤동주 나느 처음 그를 퍽 불행한 존재로 갓고롭게 여겼다. 그의 앞에 설 때 슬퍼지고 측은한 마음이 앞을 가리곤 하였다. 마는 돌이켜 생각컨대 나무처럼 행복한 생물은 다시 없을 듯하다. 굳음에는 이루 비길 데 없는 바위에도 그리 탐탁치는 못할망정 자양분이 있다하거늘 어디로 간들 생의 뿌리를 박지 못하며 어디로 간들 생활의 불평이 있을소냐. 칙칙하면 솔솔 솔바람이 불어보고, 심심하면 새가 와서 노래를 부드라 가고, 촐촐하면 한 줄기 비가 오고, 밤이면 수많은 별들과 오손도손 이야기할 수 있고------ 보다 나무는 행동의 방향이란 거추장스런 과제에 봉착하지 않고 인위적으로든 우영느로든 탄생시켜준 자리를 지켜 무진무궁한 영양소를 흡취하고 영롱한 햇빛을 받아들여 손쉽게 생활을 영위하고 오로지 하늘만 바라고 뻗어질 수.. 2021. 3. 4. Sister - Rosamund Lupton "죽은 사람은 어떤 나이로든 기억될 수 있잖아. 그렇지?" 엄마가 물었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생각에 잠긴 사이 엄마가 다시 입을 열었어. "너는 아마 어른이 된 테스를 떠올릴거야. 너희 둘은 어른이 되어서도 친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오늘 잠에서 깼을 때 세살이던 테스가 내가 슈퍼마켓에서 사준 요정 치마를 입고 경찰 헬멧을 쓴 모습이 떠올랐어. 손에는 요술 지팡이 대신 나무 숟가락을 들고 있었어. 어제 버스에서는 그 아이가 두 살 때 내 품에 안겨 있던 모습이 떠올랐어. 따스했던 그 아이의 체온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지. 내 손가락을 꽉 붙잡던 그 아이의 손가락도 떠올랐어. 손이 너무 자그마해서 내 손가락을 다 쥘 수도 없었지. 내품에 머리를 기댄 채 잠들 때까지 그 아이의 목을 쓰다듬던 일도 기억났어... 2021. 3. 4. 못잊어 - 김소월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있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2021. 3. 4. 네 번째 세계 - 이영인 우리가 실제로 시간여행을 한 것인지, 지금 하는 중인 것인지, 어디로 얼마나 왔는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차라리 과거로 살짝 돌아간 것이라면 좋겠다. 그러면 어떻게든 미래로는 돌아갈 방법이 있으니까. 하지만 미래로 움직이는 기능밖에 없는 것이라면, 우린 다시는 우리가 살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만일 그렇다면 절망할 수 밖에 없겠지. 2021. 3. 4. 야성의 부름(The Call of the Wild) - Jack London 교수님께서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해주셨다. 글도 많지 않을 뿐더러, 가독성이 좋아 금방 읽었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 작가에 대해서 알아봤다. 작가의 생애를 읽고난 후 책을 펼쳤고, 책 속에 작가가 대입되어졌다. 지금 이 상황은 어떤 상황이었을까 p132 그러나 그는 언제나 혼자인 것은 아니다. 긴 겨울밤이 오고 늑대들의 낮은 계곡으로 먹이를 찾아 내려올 때면 그가 무리의 맨 앞에서 달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창백한 달빛과 희미하게 반짝이는 북극광을 뚫고 동료들보다 훨씬 더 높이 펄쩍펄쩍 뛰면서 그들 무리의 노래인 원시 세계의 노래를 부를 때면 그의 커다란 목이 우렁우렁 울리는 것을 볼 수 있다. 2021. 2. 26. 레디메이드 인생 - 채만식 "거 참 큰일들 났어." K사장은 P가 낙심해하는 것을 보고 별로 밑천이 들지 아니하는 일이라서 알뜰히 걱정을 나누어 준다. "저렇게 좋은 청년들이 일거리가 없어서 저렇게들 애를 쓰니." P는 속으로 코똥을 '흥'하고 뀌었으나 아무 대답도 아니 하였다. K사장은 P가 이미 더 조르지 아니하리라고 안심한지라 먼저 하품 섞어 '빈자리가 있어야지'하던 시원찮은 태도는 버리고 그가 늘 흉중에 묻어 두었다가 청년들에게 한바탕씩 해 들려주는 훈화를 꺼낸다. "그렇지만 내가 늘 말하는 것인데……저렇게 취직만 하려고 애를 쓸 게 아니야. 도회지에서 월급생활을 하려고 할 것만이 아니라 농촌으로 돌아가서……." "농촌으로 돌아가서 무얼 합니까?" K는 말 중동을 갈라 불쑥 반문하였다. 그는 기왕 취직운동은 글러진 것이니 .. 2021. 2. 25. 로도라꽃 - Ralph Waldo Emerson 오월, 해풍이 이 벽지에 불어 들 때 나는 갓 핀 로도라꽃을 숲속에서 보았다. 그 잎 없는 꽃이 습지의 한 구석에 피어 황야와 완만한 강물에 기쁨을 주고, 웅덩이에 껄어진 자줏빛 꽃잎은 그 고운 빛깔로 시커먼 물을 환하게 했었다. 여기에 홍작이 깃을 식히러 와서 새의 차림을 무색케하는 그 꽃에 추파를 던질지도. 로도라여, 만일 사람들이 너에게 물어 왜 이런 아름다움을 이 땅과 이 하늘에 헛되이 버리느냐 하거든, 그들에게 일러라, 만일 눈이 보라고 만들어 진 것이라면, 아름다움에는 그 자체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왜 너는 여기에 나타났느냐? 장미의 적수여 나는 물을 생각을 해 보지도 않았고, 알지도 못했다. 그러나 나의 단순한 무지로 추측컨대, 나를 생기게 한 바로 그 '힘'이 너를 생기게 했으리라. 2021. 2. 23. 검은 튤립 - Alexandre Dumas 사랑, 그것은 지상의 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빛나며 전혀 다른 향기를 흩뿌리는 하늘의 꽃이었다. 한편 코르넬리우스는 그 어느때보다 사랑에 흠뻑 젖어 잠에서 깨어났다. 그의 머릿소겡서 튤립은 여전히 찬연하고 생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더 이상 그것을 모든 것, 심지어 로자까지도 희생시켜 구해야 할 보배로 보지 않았다. 그것은 단지 귀중한 꽃, 신이 애인의 블라우스를 장식하도록 그에게 내려 준 자연과 예술의 경이로운 조합일 뿐이었다. 2021. 2. 23. 나 너 그리고 우리 - 수진 @iam.__________ 잘 만들어진 영화와 같은 사이를 원했지만, 결말이 허무한 반전 영화처럼 되어버렸다. 그런데도 또 누군가를 만나게 될 테고 또다시 끝은 허무할 수 있다. 그것이 사랑이든, 우정이든, 그 어떤 종류의 만남도 여운이 남을 것이다. '허무한'을 뺀 여우만 간직할 수 있으려면 시간이 좀 더 흘러야겠지만. 우리의 관계는 이제 소장된 영화와도 같다. 당장 보고 싶지 않아도 가끔 생각나서 어쩌다 돌려보기도 하는. 2021. 2. 23. 셜록 홈즈 - Arthur Conan Doyle 이 세상에서 무엇을 했는가 하는 문제는 의미가 없습니다. 무엇을 했다고 믿게 하느냐가 중요하지요. 2021. 2. 23. 노래하는 숲 - 은림 가지마. 도토리. 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넌 이미 다 알고 있어, 토람. 네가 뭘 해야 하나면 네가 생각한 바로 그걸 실행하는 거야. 2021. 2. 23. 이제, 글쓰기 - Jeff Goins 이 모든 것은 연습하다 보니 이루어진 일들이다. 따로 생각하거나 이야기해서 된 것이 아니다. 의미 없는 목표나 헛된 계획을 세우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나는 그냥 게속했고, 그러다 습관으로 자리 잡아 탄력이 붙었을 뿐이다. 2021. 2. 23. 부활 - Граф Лев Никола́евич Толсто́й 네플류도프는 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언젠가는 치러야 할 모든 괴로운 순간들을 상기했다. 언젠가 남편이 눈치채게 되었을 때의 결투를 각오하고, 그럴 때 자기는 허공에다 대고 총을 발사하겠다고 생각한 일과, 부인이 절망한 나머지 정원에 있는 연못에 몸을 던지려고 뛰쳐나간 것을 자기가 뒤쫓아가서 말리는 무서운 장면이 머리에 떠올랐다. '지금은 갈 수가 없다, 그녀로부터 회답을 받기 전까지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네플류도프는 번민했다. 그는 1주일 전에 그녀에게 자기 죄에 대한 대가로서 무엇이든 감수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으며 '부인의 행복'을 위해서는 두 사람의 관계를 영원히 끊어 버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정적인 편지를 써서 보냈었다. 그러고는 그 회답을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으나 여지껏 아무런.. 2021. 2. 23. 나의 침실로 - 이상화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여 돌아가련도다. 아, 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오너라. 마돈나! 오려무나, 네 집에서 눈으로 유전(遺傳)하던 진주는 다 두고 몸만 오너라. 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딘지 모르게 숨는 두 별이어라. 마돈나! 구석지고도 어둔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두려워 떨며 가다리노라. 아, 어느덧 첫닭이 울고 -- 못 개가 짖도다. 나의 아씨여, 너도 듣느냐. 마돈나! 지난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둔 침실로 가자, 침실로 -- 낡은 달은 빠지려는데, 내 귀가 듣는 발자욱 -- 오, 너의 것이냐? 마돈나! 짧은 심지를 더우잡고 눈물도 없이 하소연하는 내 맘의 촛불을 봐라. 양털 같은 바람결에도 질식이 되어 얕푸른 연기로 꺼지.. 2021. 2. 23.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