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675 이방인 - Albert Camus 그때, 왜 그랬는지 몰라도, 내 속에서 그 무엇인가가 툭 터져 버리고 말았다. 나는 목이 터지도록 고함치기 시작했고 그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도 기도를 하지 말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사제복 깃을 움켜잡았다. 기쁨과 분노가 뒤섞인 채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끼며 그에게 마음속을 송두리째 쏟아 버렸다. 그는 어지간히도 자신만만한 태도다. 2021. 6. 2. 여행을 쉽니다 - 수수진@project158_ 가끔 결혼한 친구들이 은근한 압박을 줄 때가 있다. 그냥 오래 같은 직장에 다니고, 남들처럼 결혼하고 아이 낳아서 사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게 사는 게 편하고 딱히 어긋남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결혼해서 평범한 삶을 사는 게 그녀의 즐거움이듯 나에겐 결혼을 조금 미루고 독특한 삶을 사는 것이 즐거움이다. 우리는 서로 다를 뿐, 서로의 삶에 감히 감놔라 배놔라 할 자격은 없는 것이다. 2021. 6. 2.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 Anthony Doerr 뇌는 단 한점의 빛도 없이 살아가면서 무슨 수로 우리에게 빛으로 가득한 세상을 지어 주는 것일까요? 실제로는 말이죠, 수학 상으로는 어떤 빛도 눈에 보이지 않는답니다. 눈을 떠요. 그리고 영원히 감기기 전에 그 눈으로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걸 찾아봐요. 2021. 6. 2. 그 후 - 나쓰메 소세키 그렇게 꼼짝 않고 있는 동안 두 사람은 오십 년이란 세월을 눈앞에 축소해 놓은 것 같은 정신적 긴장을 느꼈다. 그리고 그 긴장과 함께 두 사람이 서로 나란히 존재하고 있다는 자각을 잃지 않았다. 그들은 사랑의 형벌과 축복을 함께 받으며 동시에 그 두가지를 깊이 음미했다. 2021. 6. 2. 참회록 -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24년 1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2021. 5. 24. 사라지는, 살아지는 - 안리타@hollossi 당신의 그림이 좋았다. 그림 속의 나무가, 나무를 흔드는 바람이, 나는 그 그림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 당신이 나를 물들이는 시간이 제일 좋았다. 이젤에 캠퍼스를 올려놓고선 내 이마 위로 타고 흐르는 정오의 빛줄기에 몯루하는 당신의 눈빛을 사랑했다. 골몰하는 미간이며 휘어진 등이며, 숨소리며, 견딜 수 없어서 달려가 껴 앉으면 말없이 웃는 그 침묵이 좋았다. 2021. 5. 24. 만든 눈물, 참은 눈물 - 이승우 왜 자기를 버리느냐고 매달리는, 영문을 알 리 없는 불쌍한 남자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싱겁고 심심해서 견딜 수가 없어. 하품이 나와. 연애가 이러면 안 되지." 2021. 5. 24. 캐빈 방정식 - 김초엽 최초의 글은 '울산에 관람차 있는 거 알아?'라는 한 카페의 게시글 이었고, 어느 순간부터 관람차에서의 심령 현상 목격담들이 줄을 이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개는 꼭 울산 관람차를 붙이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보편적인 괴담들이었지만, 소문에는 하나의 일관된 규칙이 있었다. 그건 모든 사건이 관람차 정상에서 발생한다는 점이었다. 2021. 5. 21.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백세희 회색에도 무수히 많고 다른 색이 있는데, 회색은 하나라고 단정 짓는 것 같아요 스펙트럼도 입체적일 수 있는데 일자로 보는 것 같고요. 2021. 5. 21. 태산이 높다하되 - 양사언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2021. 5. 21. 낙화 - 조지훈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가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가 저허하노니 꽃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2021. 5. 11. 폴픽 Polar Fix Project - 김병호 거대한 파랑, 거대한 생명, 지구와 서로 얼굴을 맞댈 때 가장 먼저 숨막히게 덮치는 느낌이다. 온 영혼을 꽉 채운 파랑 위에 잠시 아침 안개에 숨어서 낮게 호흡하던 호수 하나가 오버랩 되었다가 사라진다. 스페이스셔틀을 벗어나 지구와 서로 알몸으로 마주서면 다음은 이겨낼 수 없는 공포가 스며들었다. 2021. 5. 11. 커스터머 - 이종산 안을 처음 본 날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그때로 돌아가면 나는 안을보자마자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천천히 안의 모든 것을 아아가고 안을 알게 된 후에 안을 사랑할 것이다. 나는 안을 감싼 빛을 먼저 봤고 그 빛에 눈이 멀었다. 내 눈에는 항상 아닝 빛나 보이기만 해서 그애가 정말로 누구인지 영원히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내 눈을 멀게 한 빛을 걷어내고 진자 안을 보고 싶었다. 2021. 5. 11.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 Mitsuyo Kakuta (角田 光代) 젊은과 새로움이 동의어가 아니듯,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사람이 저절로 어른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세월의 상처도 견뎌낼 수 있는 건강한 몸을 갖자. 튼튼한 몸에 튼튼한 마음이 깃들 수 있도록. 2021. 5. 3. 보통의 존재 - 이석원 나는 내가 본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한 것. 오직 너에게만 보여주고 싶은 것. 2021. 5. 3.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