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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노래를 불러라, 더블린

by Kieran_Han 2014. 5. 22.




 하늘을 찌르는 아일랜드 - 스파이어 오브 더블린



 아일랜드만큼 극과 극의 이미지를 지닌 나라가 있을까? 이 나라는 배고픔의 대명사였다. 1847년의 대기근은 800만 명의 인구 중 200만을 죽였고 200만을 이민선에 오르게 했다. 지금은 아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10년의 기적은 더블린 사람들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시민들로 탈바꿈시켰다. 이 나라는 언제나 피를 떠올리게 했다. 영국의 식민 지배에 저항한 무장 독립 전쟁과 IRA(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공화국의 통일을 요구하는 반(半)군사조직.)의 테러 때문이다. 그러나 내심은 무척이나 상냥한 나라다. [론리플래닛]이 뽑은 '외국인에게 가장 친절한 국민' 1위에 선정되었을 정도다.

 유럽에서 가장 큰 대로 중의 하나인 오코넬 스트리트는 이 모든 사건들의 현장이 되었다. 지금 거기에 서 있는 '스파이어(Spire of Dublin)'는 하늘을 찌르는 더블린 시민들의 자부심을 상징한다. 원래 이 자리에는 넬슨 기념비가 있었는데, 시민들로부터 꽤나 천대를 받았다. 상인들은 교통 체증을 불러일으킨다고, 애국자들은 영국의 식민 지배를 상기시킨다고, 시인 예이츠는 "전혀 아름답지 못하다"고 투덜댔다. 결국 넬슨은 1966년 전직 IRA 멤버들의 부활절 봉기 50주년 기념 테러로 산산조각이 났다. 1990년대에 더블린 시민들은 오코넬 스트리트의 대대적인 개비에 들어가고, 국제적 공모를 통해 2003년 '스파이어'를 건설한다. 이 첨탑은 아일랜드인이 식민 지배국이었던 영국인의 국민 소득을 추월한 시점의 상징물로 인식되기도 한다.



 id="anchor2">100년 전의 더블린을 걷는다 - 제임스 조이스 센터


“나는 항상 더블린에 대해 쓴다. 그 세부에 세계가 담겨 있다.”
- 제임스 조이스


 "나는 항상 더블린에 대해 쓴다. 내가 더블린의 심장에 다가간다는 것은 세계 모든 도시의 심장에 다가간다는 말이다. 그 세부 속에 전체가 담겨 있다." 22살에 더블린을 떠난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는 이후의 생을 트리에스테, 취리히, 파리 등을 옮겨 다니며 살았다. 그러나 작가로서 그의 영혼은 언제나 고향 더블린에 머물러 있었다. 그의 대표작인 [더블린 사람들(Dubliners, 1914년)]과 [율리시스(Ulysses)]는 20세기 초반의 더블린을 마치 그 현장에 있는 듯이 들여다보게 한다. 세인트 스테판스 그린, 그래프턴 스트리트, 템플 바, 오코넬 스트리트, 우체국…. 지금도 이 도시에서 제임스 조이스의 발자국을 따라가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제임스 조이스 센터(James Joyce Centre)'에서 이 위대한 작가를 기리는 강의, 워크숍을 만날 수 있고, 워킹 투어 프로그램에 함께 할 수 있다. '세인트 스테판스 그린' 안에 있는 그의 조각상은 그가 다니던 대학을 바라보고 있다.



 유투와 친구들의 흔적 - U2 월


'보노'라는 별명은 훌륭한 목소리(Bonabox)라는 뜻의 보청기 가게의 이름에서 나왔다. (노스 얼 스트리트)


 1976년 더블린의 북쪽 바닷가 클론타르프(Clontarf)의 마운트 템플 스쿨에 다니고 있던 14살의 래리 뮬런은 학교 게시판에 밴드 모집 공고를 냈다. 래리의 부엌에 하나둘 멤버가 모여들었다. 밴드의 이름은 무엇으로 할까? 당연히 리더의 이름을 따서 '래리 뮬런 밴드'가 되었다. 영광은 딱 10분만. 그때 부엌문을 열고 '보노'가 나타났던 것이다. 훗날 전설의 밴드 'U2'가 될 멤버들의 첫 만남이었다. U2는 '오 대니보이' 같은 민속음악이 아니라 록으로 아일랜드를 세계화했다. 더불어 보노의 당당한 사회적 주장은 밥 겔도프, 시네이드 오코너와 더불어 아일랜드 록 스타는 그냥 록 스타가 아님을 증명했다.

 더블린에는 U2의 흔적을 찾아오는 팬들의 순례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U2 월(Wall)'은 여러 팬들이 함께 만든 거대한 그래피티 벽화로 순례의 중심이 되고 있다. U2가 옛 시절 공연했던 워터프론트 록 카페와 그들의 녹음 스튜디오인 하노버도 근처에 있다. U2가 더블린 시절 많은 공연을 했던 댄드리온 마켓(Dandelion Market)은 쇼핑센터가 되어버렸지만, 벽 한쪽에 붙어 있는 록 앤 스트롤(Rock 'n Stroll) 마크가 그 시절을 기억하게 한다. 아일랜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될 U2 타워는 2011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원스'와 버스커들 - 그래프턴 스트리트


보우리스 오리엔탈 카페는 그래프턴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더블린'이라는 말을 들으면 거리에서 기타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는 자유로운 뮤 지션들을 떠올린다. 버스커(busker)라 불리는 이 거리의 예술가들을 세계에 알린 데는 영화 [원스]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이 작은 음악 영화는 소규모의 상영관에 선을 보인 뒤 관객들의 입에 입을 통해 소문을 퍼뜨려 나갔다. 더블린의 버스커들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그래프턴 스트리트(Grafton Street). 뮤지션들뿐만 아니라 마술사, 행위예술가 등 여러 장르의 공연 예술인들을 만날 수 있다. 데미안 라이스등 이곳 출신으로 큰 명성을 얻은 뮤지션들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찾아오는 젊은 음악인들도 적지 않다고.

 1927년에 문을 연 보우리스 오리엔탈 카페(Bewley's Oriental Cafe)는 이곳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2004년 10월 문을 닫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자, 더블린 시장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캠페인을 벌여 살려놓았다고. 카페에 있는 작은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캬바레, 재즈, 코미디도 인기 높다.



 더블린 사람은 아일랜드의 흑인이지 - 베리타운


더블린 노동자 계급의 소울 타령을 담은 작품 [커미트먼트].


 흔히 하기 쉬운 오해가 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탱고만 연주하고, 쿠바 사람들은 살사만 좋아하고, 한국 사람들은 장구만 두드릴 거라는. 더블린 젊은이들이라고 몽롱한 민속 악기만 즐기란 법은 없다. 우리 밴드 '두 번째 달 바드'가 아이리시 음악에 빠졌듯이, 이들 중에는 미국 음악에 홀딱 빠져버린 친구들이 있었다. 알란 파커의 영화 [커미트먼트]는 1990년대 초반 흑인 소울 음악에 미친 더블린의 청년들을 그리고 있다.

 "아일랜드인은 유럽의 흑인이에요. 더블린 사람들은 아일랜드의 흑인이죠. 그리고 여기 북부 사람들은 더블린의 흑인인 거죠." 영화는 로디 도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더블린 북부 가상의 동네 베리타운(Barrytown)을 배경으로 가난한 노동자 계급 청년들의 모습을 솔직하고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원작자가 교사 생활을 한 킬배럭(Kilbarrack)의 분위기와 아주 유사하다고 한다.



 자유는 맥주로부터 -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



기네스 맥주는 세인트 제임스 게이트에서 탄생했다.


 진짜 더블린 사람을 만나려면 '펍(pub)'을 찾아가라. 이는 모든 여행자들에게 내려오는 계율과도 같다. 거기에는 자글자글한 주름 너머 상냥한 웃음을 지어주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진짜 뮤지션들의 살아있는 연주가 있고, 끝났다 싶으면 또 시작하는 노래가 있다. 그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바로 맥주 때문. 칡흙 같이 검고 까끌까끌한 스타우트 맥주 덕분.

 더블린의 세인트 제임스 게이트에 있는 양조장에서 처음 만들어진 기네스 맥주는 아이리시 드라이 스타우트 맥주의 대명사가 되어 있다. 빽빽한 거품으로 유명한 이 맥주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알코올 음료이다. 그리고 펍에서 술꾼들이 사소한 상식을 두고 서로 다투는 걸 보고 만들어낸 '기네스 북'은 기록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기네스 발원지 근처에 있는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는 고층빌딩이 별로 없는 더블린 시내를 내려다보며 맥주 한 잔을 할 만한 관광 명소이다.



 세인트 스테판스 풀밭 위를 달리는 양


아일랜드의 우상인 론 들러니가 우승한 1956년 멜버린 올림픽의 기념 우표.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마스터 키튼]의 주인공은 옥스포드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하고 영국 특수부대 SAS에서 근무한 경력을 지닌 보험회사 로이드의 조사원이다. 그는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조사 업무를 벌이는데, 영국과 떼어놓을 수 없는 아일랜드 섬에도 가끔 모습을 보인다. '위선의 유니온 잭' 편에서는 전직 IRA 요원의 테러 혐의에 관해 추적하며 영국이 북아일랜드에서 벌인 잔인한 참상을 고발한다. 그리고 '불과 얼음' 편에서 더블린 시내의 메어리 가에 찾아온다.

 키튼은 동경 올림픽 금메달의 도난 사건을 추적하다가 그 배후에 두 육상 영웅의 오랜 대결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게 된다. 벨파스트에서 자란 영국인 지주의 아들 찰스 파이언맨과 북아일랜드 출신의 브라이언 히긴스(아이스맨)가 그 당사자들인데, 어느 정도 사실일까 조사해보니 도쿄 올림픽의 1만 미터 우승자는 인디언 부족 출신의 미국인 빌리 밀스로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아일랜드인들이 육상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1956년 멜버른 올림픽 1,500미터에서 우승한 론 들러니(Ron Delany)는 국민적 영웅으로, 1932년과 1992년 사이에 아일랜드의 유일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그는 더블린 시민들이 수여하는 '프리덤 오브 시티 오브 더블린(Freedom of the City of Dublin)' 상을 받기도 했다. 수상자의 특전 중에는 '시내의 공유 목초지에서 양의 풀을 뜯길 수 있는 권리'도 있다. 또 다른 수상자인 보노는 진짜로 세인트 스테판스 그린에 양을 데리고 와서 맛난 식사를 제공했다고 한다.



[출처]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91&contents_id=28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