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든 안 그렇겠느냐마는 저에게 어머니는 아주 특별한 존재입니다.
용서는 신이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건네준 권능이라는데 저는 어머니 덕에 자주 구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하루는 어머니께서 해서는 안 될 아주 모진 말들을 쏘아두고는 그 말을 듣는 어머니의 무너지는 표정을 감당할 수 없어 ㅇ도망치듯 방에 들어가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있는데 잠시 뒤 밖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들~ 밥 먹어~
그 날 저는 밥이 반쯤 식어서야 문 밖으로 나가 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태연히 평소처럼 저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셨습니다.
일하느라 바빠서 반찬이 별것 없어 미안하다는 말씀과 함께.
좀 전까지 그렇게 모진 말을 쏘아두고 간 아들에게 어머니는 어떻게 그렇게 빠른 용서를 행하고 자신의 슬픔을 숨길 수 있었을까요.
가끔 어머니는 저를 위해 짠물을 너무 많이 삼켜 마음속에 바다가 생기신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부모의 사랑은 자식에게 잠복기가 너무 길고 독한 질병이라,
아주 늦게나마 발견하고 나면 왜 이리 아프고 눈물 나는 것인지.
타지에게 가끔 전화통화로 어머니의 목소리가 발병하면 나이 서른하나 먹고도 병원가 주사 맞는 어린아이처럼 너무 아파 참을 수 없어서 밤마다 참 많이 울었습니다.
저 바다를 건네받기엔 아직 내가 너무 작아 오늘 밤도 넘치고 넘칩니다.
나는 아직도 매일 구원받고 있습니다.
피천득의 인연에는 제가 읽고 참 좋아했던 구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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