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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TEXT ]

레디메이드 인생 - 채만식

by Kieran_Han 2020. 12. 4.

"무얼 먹고 헌신적으로 그런 사업을 합니까……? 먹을 것이 있어서 그런 농촌사업이라도 할 신세라면 이렇게 취직을 못 해서 애를 쓰겠습니까?"

 

"허! 그게 안 된 생각이야…자기가 먹고 살 재산이 있으면서 사회를 위해서 일도 아니하고 번들번들 논다는 것은 그것은 타락된 생각이야."

 

P는 K사장이 억담을 내세우는 것을 보고 속으로 싱그레니 웃었다.

 

"그렇지만 지금 조선 농촌에서는 문맹퇴치니 생활개선이니 합네하고 손끝이 하―얀 대학이나 전문학교 졸업생들이 몰려오는 것을 그다지 반겨하기는커녕 머릿살을 랗을 것입니다…농민이 우매하다든지 문화가 뒤떨어졌다든지 또 생활이 비참한 것의 근본원인이 기역 니은을 모른다든가 생활개선을 할 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조선의 지식 청년들이 모두 그런 인도주의자가 되어집니까?"

 

"되면 되지 안 될 건 무어야?"

 

"그건 인도주의란 그것이 한 개 공상이니까 그렇겠지요."

 

"허허…그러면 P군은 XX주의잔가?"

 

"되다가 찌부러진 찌스레깁니다. 철저한 XX주의자라면 이렇게 선생님한테 와서 취직운동도 아니 합니다."

 

"못써! 그렇게 과격한 사상으 로 기울어서야 쓰나…정 농촌으로 돌아가기가 싫거든 서울서라도 몇 사람 맘 맞는 사람이 모여서 무슨 일을―조선에 신문이 모자라니 신문을 하나 경영하든지 또 조그맣게하자면 잡지 같은 것도 좋고 또 영리사업도 좋고…그러면 취직 운동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