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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TEXT ]

바다의 혀 - 박가람

by Kieran_Han 2019. 5. 10.

바다는 어찌나 말이 많은지

모든 파도는 혀다

그것은 바다의 혀

해안가마다 쉴 새 없이 철썩이는 말들

육지는 끊임없이 바다의 말에 침공 받는 거지

맞닿아 있다는 게 그런 거지

누구나 살을 맞대기 시작하면

서로를 갉아먹으려 드는 거지

 

바위도 조각내는 너무 많은 말들

무른 사람 하나 조각내버리는 건

말들에겐 일도 아니다

입안이 철썩일 때마다 남의 피 맛이 났다

나는 이 야만적인 행위를 그만두기로 했다

잘린 파도에서 피 맛이 난다

 

-사랑과 가장 먼 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