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플류도프는 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언젠가는 치러야 할 모든 괴로운 순간들을 상기했다.
언젠가 남편이 눈치채게 되었을 때의 결투를 각오하고,
그럴 때 자기는 허공에다 대고 총을 발사하겠다고 생각한 일과,
부인이 절망한 나머지 정원에 있는 연못에 몸을 던지려고 뛰쳐나간 것을 자기가 뒤쫓아가서 말리는 무서운 장면이 머리에 떠올랐다.
'지금은 갈 수가 없다,
그녀로부터 회답을 받기 전까지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네플류도프는 번민했다.
그는 1주일 전에 그녀에게 자기 죄에 대한 대가로서 무엇이든 감수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으며
'부인의 행복'을 위해서는 두 사람의 관계를 영원히 끊어 버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정적인 편지를 써서 보냈었다.
그러고는 그 회답을 눈이 빠지도록 기다렸으나 여지껏 아무런 회답이 없었다.
회답이 오지 않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좋은 징조이기도 했다.
만일 그 부인이 결별할 생각이 없다면 벌써 회답을 보냈거나 전처럼 몸소 달려왔거나 했을 것이다.
네플류도프는 요즘 그 지방의 어느 장교가 열심히 그 부인의 꽁무니를 쫓아다니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있었다.
그런 소문은 질투심을 일으켜 그를 가슴 아프게도 했지만 동시에 자기를 억누르고 있던 책략으로부터 가까스로 해방된다는 희망 때문에 기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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