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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TEXT ]

원고료 이백원 - 강경애

by Kieran_Han 2021. 2. 3.

친애하는 동생 K야.

간번 너의 편지는 반갑게 받아 읽었다.

그리고 약해졌던 너의 몸도 다소 튼튼해짐을 알았다.

기쁘다.

무어니무어니해도 건강밖에 더 있느냐.

 

K야 졸업기를 앞둔 너는 기쁨보다도 굎롬이 앞서고 희망보다는 낙망을 하게 된다고?

오냐 네 환경이 그러하니만큼 응당 그러하리라.

그러나 너는 그 괴롬과 낙망 가운데서 당연히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기쁘고 희망에 불타는 새로운 길을 발견해야 한다.

 

K야 네가 물은 바 이 언니의 연애관과 내지 결혼관은 간단하게 문장으로 표현할만한 지식이 아직도 나는 부족하구나.

그러니 나는 요새 내가 지내는 생활 전부와 그 생활로부터 일어나는 나의 감정 전부를 아무 꾸밀 줄 모르는 서투른 문장으로 적어 놀 터이니 현명한 너는 거기서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하여다고.

 

K야 요새 D신문에 장편소설을 연재하여 우너고료 이백여 원을 받은 것은 너도 잘 알지.

그것이 내 일생을 통하여 처음으로 많이 가져 보는 돈이구나.

그러니 내 머리는 갑자기 활기를 얻어 공상을 다하게 되더구나.

 

K야 너도 짐작하는지 모르겠다마는!

나는 어려서부터 순조롭지 못한 가정에서 자랐고 또 커서까지라도 순경에 처하지 못한 나는 그나마 쥐꼬리만큼 배운 이 지식까지라고 우리 형부의 덕이었니라.

그러니 어려서부터 명일 밤 한 벌 색들려 못 입어 봤으며 먹는 것이란 언제나 조밥이었구나.

그러고 학교에 다니면서도 맘대로 학용품을 어디 써보았겠니.

학기초마다 책을 못 사서 울고 울다가는 겨우 남의 낡은 책을 얻어 가졌으며 종이와 붓이 없어 나의 조고만 가슴은 그 몇 번이나 달막거리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