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막집 새벽녘 등불은 꺼질 듯한데
하늘의 샛별조차 이별을 서글러한다
설움에 겨워서 말을 못하고
치솟는 슬픔에 목이 메인다
흑산도는 바다 가운데 있는데
그대가 어째서 들어가려는가
고래는 이빨이 산과 같아서
배를 삼켰다가 다시금 뱉아 낸다
지네 같은 배는 쥐엄나무 껒질 같고
살무사의 누른 빛은 등나무 넝쿨 같다
내가 강가에서 귀양살이 할 때는
밤마다 강진의 형님을 생각했다
푸른 바다를 두고 흩어져 그리워하면
보고픈 형님이 물위에 떠올랐다
내 몸은 솟아올라 큰 나무로 옮아가니
좋은 구슬이 캄캄한 상자를 벗어난 듯하다
또 미련하고 어리석은 아이처럼
공중에 내지른 무지개 잡으려 한다
서쪽 언덕에 활 같은 땅뙈기
아침 구름 걷히면 더욱 또렷하다
아이가 무지개를 쫒아가면 멀어만 가듯
잡힐 듯한 흑산도는 서쪽으로만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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