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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TEXT ]

나무 대륙기 - 은림

by Kieran_Han 2021. 9. 29.

아름다운 무늬로 상감된 파란 접시 위에 산 채로 회 떠진 생선을 물끄러미 본다.

차마 시선을 돌릴 수도 머물 수도 없는 산 머리가 입을 뻐끔댔다.

시퍼렇게 눈뜬 삶이 무화를 노려본다.

연회장에 차려진 식탁의 한가운데엔 식재료의 싱싱함을 자랑하는 살아 있는 물고기가 헤엄치는 크고 아름다운 어항이 놓여 있었다.

반공주는 그 안에 예정된 죽음을 기다리는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짙게 화장한 얼굴이 둥근 어항에 비쳐 기괴하게 일그러져 보였다.

누군가 무화를 이 비루한 삶에 잡아 넣고 종국에는 이렇게 굽거나 회쳐먹으리라.

그 식탁의 주인은 과연 누굴까.

무화는 생선 기름으로 씁쓸한 입술을 닦았다.

입 안에 씹어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살점이 굴러다녔다.

무화는 생선 기름으로 씁쓸한 입술을 닦았다.

입 안에 씹어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살점이 굴러다녔다.

그 맛이 달콤할수록 무화의 죄책감도 커졌다.

가볍고 화려한 비단 옷, 머리를 누르는 관의 무게, 맛있는 음식, 독, 입에 발린 칭찬, 관심을 빙자해 끊임없이 염탐하는 눈, 납치, 강간, 호사스런 놀이, 예절, 결혼, 후계자 생산, 수십 겹의 담벼락과 견고한 자물쇠가 걸린 문.

무화는 끊임없이 주위를 맴돌며 보이지 않는 그물로 얽어매는 손들에 진저리쳤다.

여기서 온전히 정신을 유지하려면 보이지 않는 갑옷을 두르고 인형처럼 안과 밖의 자아를 분리하는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