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저를 처음 배에 태워 주셨을 때 제가 몇 살이었었지요?"
"아마 다섯 살이었지. 내가 그때 꽤 힘이 센 놈을 하나 잡아 올렸는데, 아 그놈이 배를 산산조각 낼 뻔했지. 너도 하마터면 죽을 뻔했었어. 생각나니?"
"지금 기억나는 건 그놈이 꼬리를 철썩거리고 쿵쾅거리는 통에 가로대가 부러지고, 할아버지가 몽둥이로 그놈을 후려 갈기던 소리예요. 할아버지가 그때 저를 젖은 잒싯줄 사리가 있는 뱃머리로 던져 버리던 거며, 배 전체가 흔들리듯 요동치던 일, 그리고 마치 큰 나무를 찍어 넘기듯 몽둥이로 그놈을 내려치던 소리가 났었고, 이윽고 내 몸에서 들큰한 피비린내가 나던 것도 기억해요."
"정말 그때 일을 다 기억하고 있는 거냐, 아니면 나중에 내가 이야기해 준거냐?"
"우리가 함께 배를 타고 나갔던 이후의 일은 무엇이나 다 기억하고 있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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