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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TEXT ]

노인과 바다 - Ernest Miller Hemingway

by Kieran_Han 2020. 12. 7.

노인은 주저없이 그렇게 했다. 어두운데서 이런 일을 하기란 결코 쉽지가 않았다. 한 번은 고기가 푸득거리는 통에 얼굴을 처박고 넘어졌는데, 그만 눈 아래가 찢기고 말았다. 피가 조금 뺨을 타고 흘렀다. 그러나 피는 턱까지 내려오기도 전에 응고되고 말았다. 노인은 이물 쪽으로 돌아가서 뱃전에 기대어 쉬었다. 노인은 부대를 잘 조정하면서 낚싯줄을 조심스레 옮겼다. 지금까지 걸치고 있던 어깨 부위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메고는 그 자리에다 다시 줄을 고정시켰다. 고기가 끄는 힘을 조심스레 감지해 보며 손을 물에 담가서 배의 속력을 알아 보기도 했다. 고기가 무엇 때문에 갑자기 요동을 쳤을까 하고 노인은 생각해 보았다. 틀림없이 낚싯줄이 그 커다란 잔등 위를 스쳤을 거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녀석의 등이 내 등만큼 아프지는 않을 것이다. 녀석이 이 배를 영원히 끌고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제놈이 아무리 크다 할지라도 말이다. 이제 성가신 일은 다 해결된 셈이고 예비 사리도 많이 준비해 두었다. 이 이상 바랄 것은 없다.

 

"고기야."

 

하고 노인은 가만히 말했다.

 

"나는 죽을 때까지 너하고 샅이 있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