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나/[ TEXT ]

지하에서 쓴 수기 - 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by Kieran_Han 2020. 12. 7.

쾌감에서 얻는 그 미묘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신경이 둔한 사람에 관해 차분히 얘기해보자. 이런 사람은 어떤 때는 황소처럼 무지막지하게 돌진해서 대단하다는 명성을 얻을 때도ㅛ 있지만, 내가 이미 말했듯, 불가능의 벽에 부딪히면 곧바로 굴복한다. 그 벽이 돌벽을 의미할까? 그렇다면 어떤 돌벽일까? 그 돌벽이란 당연히 자연법칙, 자연과학의 결론, 수학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인간이 원숭이에게서 진화되었다는 설이 증명된다면, 우리는 눈살을 찌푸려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우리는 증명된 바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 피 한방울이 자기와 유사한 자들의 피 십만 방울보다 귀중하다는 결론에 의거해, 소위 선행이나 의무가 무엇인지, 헛소리나 편견이 무엇인지 증명해낸다면, 그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야만 한다. 달리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 그러한 증명은 2 × 2와 같은 수학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실에 반박을 해보라고 하면 "거기에 반론의 여지는 있을 수 없소"라는 대꾸가 대뜸 튀어나올 것이다. "2 × 2 = 4"입니다!"

자연 법칙은 일일이 당신에게 물어보고 결정하지 않거든요. 자연법칙은 당신의 희망사항이나 선호유무와 아무 관련이 없거든요.

'하나 > [ TEXT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승무 - 조지훈  (0) 2020.12.11
버블리온 - 문지혁  (0) 2020.12.11
노인과 바다 - Ernest Miller Hemingway  (0) 2020.12.07
목요일엔 떡볶이를 - 문이소  (0) 2020.12.07
두 도시 이야기 - Charles John Huffam Dickens  (0) 2020.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