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나/[ TEXT ]

승무 - 조지훈

by Kieran_Han 2020. 12. 11.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 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