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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TEXT ]

뇌물 권하는 사회 - 이규보

by Kieran_Han 2021. 10. 15.

내가 배를 타고 어떤 강을 건너 남쪽으로 갈 때의 일이다.

그때 바로 곁에서 나란히 가는 배 하나가 있었는데, 그 배는 내가 탄 배와 크기도 같고 뱃사공의 수도 같았으며 배에 탄 사람이나 말의 수도 거의 비슷하였다.

그런데 조금 뒤에 보니 그 배는 나는 듯이 달려 벌써 건너편 언덕에 닿았는데 내가 탄 배는 머뭇거리기만 하고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까닭을 물었더니 같은 배에 있던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저 배는 사공에게 술을 먹여서 사공이 힘을 다해 노를 저었기 때문이라오."

나는 부끄러운 마음이 없을 수 없어 탄식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것 참! 이렇게 조그만 배가 갈 때에도 뇌물을 주어야 빨리 앞어사고 뇌물이 없으면 미적미적 뒤처지는데, 하물며 벼슬자리르 ㄹ다투는 마당에서야 어떻겠는가! 내 수중에 돈이 없으니 지금껏 작은 벼슬자리 하나 맡지 못한 것도 당연한 거지."

훗날 보려고 이렇게 적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