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나/[ TEXT ]

말 - 남궁벽

by Kieran_Han 2021. 6. 21.

말님.

나는 당신이 웃는 것을 본 일이 없습니다.

언제든지 숙명을 체관(諦觀)한 것 같은 얼굴로

간혹 웃는 일을 있으나

그것은 좀처럼 하여서는 없는 일입니다.

대개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온순하게 물건을 운반도 하고

사람을 태워 가지고 달아나기도 합니다.

 

말님, 당신의 운명은 다만 그것뿐입니까.

그러하다는 것은 너무나 섭섭한 일이외다.

나는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사람의 악을 볼 때

항상 내세의 심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같이

당신의 운명을 생각할 때

항상 당신도 사람이 될 때가 있고

사람도 당신이 될 때가 있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