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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TEXT ]

밤 같은 밤 - 박지용

by Kieran_Han 2020. 11. 24.

함께 누울 때면 우리는

죽은 듯 잠이 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옷걸이처럼 걸치고

입은 지 오래된 장 속의 옷같이

서로의 습기를 가득 머금고 잠이 들었다

날이 밝으면 그게 우리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던 우리는 함께 누운 밤이면

온 생의 무게로 서로를 덮고

오늘의 우리는 다시없다고

천장에 야광별을 하나씩 붙였다

이러다 눈이 부셔 잠들 수 없는 날이

오면 어떡하지 같은 종류의

첫눈 같은 말을 하고 싶었던 우리는

야광별이 낮에도 빛났으면 좋겠어 같은

실없는 말을 하며 잠이 들었다

밤 같은 밤들이었다

 

이제 더는 죽은 듯 잠들지 못하는 밤 위로

다시 오지 않을 낮들의 빛이

영원처럼 반짝였다

한낮에도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보았어

그런 꿈을 꾸었어

낮에도 밤에도 눈이 부셨어

그런 꿈을 꾸었어

 

다시 함께 잠드는

낮에 빛나는 야광별같은

그런 꿈을 꾸었어

 

「천장에 야광별을 하나씩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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