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에서 시방 호외를 낸다구 야단법석일세, 벌써 여관을 떠 넘겼는데 배달이 몇이나 모였어야지. 자네가 이리루 떠나온 걸 아는 사람이 없기에 내가 통지를 하러 왔네.
호외? 호외는 또 무슨 호왼구.
아마 OO사건이 풀렸나보데.
그 말을 듣자 수영의 양미간에는 금시 내 천(川)자가 씌어졌다. OO사건이란 바로 자기 자신이 관계했던 사건이기 때문이다.
추운데 미안허이. 곧 나감세.
수영은 문을 닫고 앉으며 남폿불을 돋우었다. 허우대ㅑ가 크지는 못하나 중키는 확실하고 어깨가 벌고 가슴이 봉긋이 내어민 폼이 책상물림 같지는 않다. 콧날이 서서 성미가 좀 까다로울상 싶으나 눈이 크고 어글어글해서 성격의 조화(調和)를 시킨다. 입술은 좀 두툼한 편인데 인중이 길어서 한번 입을 다물면 좀체로 말이 샐 것 같지 않다. 수영의 인상을 통틀어 말한다면 이렇다할 두드러진 특징은 없으나 누가 보든지 순박하고 건실한 시골서 자라난 청년의 모습이다. 다만 스물네댓 살쯤 된 젊은 사람으로 이마와 눈가에 잦다랗게 주름살이 잡힌 것은 어려서부터 고생살이에 찌들은 표적일 것이다.
'하나 > [ TEXT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과 6펜스 - William Somerset Maugham (0) | 2020.12.02 |
---|---|
신이여, 저를 미치지 않게 하소서 - Александр Сергеевич Пушкин (0) | 2020.12.01 |
고요한 미래 - 임현 (0) | 2020.12.01 |
일의 기술 - Jeff Goins (0) | 2020.12.01 |
밤 같은 밤 - 박지용 (0) | 2020.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