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귀한 시간을 슬그머니 동무들을 떠나서 단 혼자 화원을 거닐 수 있습니다.
단 혼자 꽃들과 풀들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이겠습니까.
참말 나는 온정으로 이들을 대할 수 있고 그들은 나를 웃음으로 맞아 줍니다.
그 웃음을 눈물로 대한다는 것은 나의 감상일까요.
고독, 정숙도 확실히 아름다운 것임에 틀림이 없으나,
여기에 또 서로 마음을 주는 동무가 있는 것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화원 속에 모인 동무들 중에,
집에 학비를 청구하는 편지를 쓰는 날 저녁이면 생각하고 생각하던 끝 겨우 몇 줄 써보낸다는 A군,
기뻐해야 할 서유(書留)(통칭(通稱) 월급봉투)를 받아든 손이 떨린다는 B군,
사랑을 위하여서는 밥맛을 잃고 잠을 잊어버린다는 C군,
사상적 당착에 자살을 기약한다는 D군......
나는 이 여러 동무들의 갸륵한 심정을 내 것인것처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로 너그러운 마음으로 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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