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은 어떤 나이로든 기억될 수 있잖아. 그렇지?" 엄마가 물었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생각에 잠긴 사이 엄마가 다시 입을 열었어.
"너는 아마 어른이 된 테스를 떠올릴거야.
너희 둘은 어른이 되어서도 친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오늘 잠에서 깼을 때 세살이던 테스가 내가 슈퍼마켓에서 사준 요정 치마를 입고 경찰 헬멧을 쓴 모습이 떠올랐어.
손에는 요술 지팡이 대신 나무 숟가락을 들고 있었어.
어제 버스에서는 그 아이가 두 살 때 내 품에 안겨 있던 모습이 떠올랐어.
따스했던 그 아이의 체온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지.
내 손가락을 꽉 붙잡던 그 아이의 손가락도 떠올랐어.
손이 너무 자그마해서 내 손가락을 다 쥘 수도 없었지.
내품에 머리를 기댄 채 잠들 때까지 그 아이의 목을 쓰다듬던 일도 기억났어.
순진무구한 아기의 냄새였어.
그 아이가 열세 살일때 모습이 떠오르기도 해.
테스가 너무 예뻐서 지나가는 남자가 그 아이를 쳐다보기만 해도 나는 덜컥 겁이 나곤 했어.
그 모든 모습이 내 딸 테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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