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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 윤동주

by Kieran_Han 2018. 11. 13.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도로가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기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한르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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