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댄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날시가 풀리더니 이 놈의 계집애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금 뒤에는 제 집께를 할금 할금 돌아보더니 행주치마의 속으로 꼈던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언제 구웠는 지 더운 김이 홱 끼치는 굵은 감자 세 개가 손에 뿌듯이 쥐였다.
"느 집엔 이거 없지?"
하고 생색 있는 큰소리를 하고는 제가 준 것을 남이 알면은 큰일날 테니 여기서 얼른 먹어 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너 봄 감자가 맛있단다."
"난 감자 안 먹는다. 너나 먹어라."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일하던 손으로 그 감자를 도로 어깨 너머로 쑥 밀어 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쌔근쌔근하고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때에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우리가 이 동네에 들어온 것은 근 삼 년째 되어 오지만 여태껏 가무잡잡한 점순이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가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누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바구니를 다시 집어들더니 이를 꼭 악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논둑으로 횡하게 달아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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