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릴려고 할 때면
그 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고 있었던 그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내게 휴식을 권하고 생의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즉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없이 흐뭇하네
더운 내 이마를 짚어주는 자네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못브ㅓ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날의 메아릴 듣는 것일세
생에의 미련은 없어도 이 생은 그지없이 아름다웁고
지옥의 형별이야 있다손 치드라도
죽는 것 그다지 두렵지 않노라면 자넨 몸시 화를 내었지
자네는 나의 오랜 벗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러나 자네는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말이나 서운한 표정, 서로 뜻이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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