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그건 마치 가느다란 실 한 올 손목 어저리에 묶고서 상대와 반대 방향으로 멀어지는 것과 같다.
내 눈에만, 그것도 가끔씩만 보이는 이별의 오라기들은 손목과 발목, 허리와 목게 까지 많이도 묶여있다. 그많은 싵타래 엉킨 채 이제껏 걸어와 보니 이젠 우리 사이 더 멀어질 실이 조금도 남지 않아 너무도 팽팽해진 하나가 유달리 반짝여 보인다.
그렇다. 그 사람과 멀어진 거리가 아득해진 이제는 생채기 하나 정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이제
그 끈
끊어 버리려 한다.
중간 어디쯤에서 이미 끊어졌을지도 모를 한 올이지만 상관없다.
무생채를 깍두기 대신 곁들여 국밥한 그릇 비우면 될일이다. 내몸 어딘가에 끊어진 잔해는 묶인 채 남아있을, 별반 다름없는 헤어지는 일.
「나는 보통의 삶을 사는 조금 특별한 사람이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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