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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TEXT ]

내 이름은 빨강 - Orhan Ferit Pamuk

by Kieran_Han 2020. 12. 31.

수많은 고통을 마감한 나는 마음이 평안해졌다.

죽는다는 것은 두려워했던 것과는 달리,

고통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편안했다.

이 상태는 영원한 것이며, 살면서 느꼈던 모든

답답함은 찰나에 불과했다는 것을 금세 깨달았다.

이제 모든 것은 수세기 동안 영원히,

종말의 그날까지 이렇게 계속될 것이다.

그 상태가 불만스럽지도,

만족스럽지도 않다.

한때 내가 견뎌야 했던,

끊임없이 휘몰아쳤던 모든 사건들은 이제 무한한 공간으로 퍼져나갔으며,

동시에 그대로 거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