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여, 저를 미치지 않게 하소서.
아니, 그보다는 차라리 보따리와 지팡이가 나아요
아니, 고생스럽고 배고픈 게 차라리 더 나아요.
그것은 내가 나의 이성을
존중해서도 아니고
이성과 헤어지는 것이 기쁘지 않아서가 아니요.
나 자유로이 둔다면
그 얼마나 활개 치며
어두운 숲으로 달려가리!
열병에 걸린 것처럼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고
그 얼마나 자유로이 멋진 꿈에 도취되어 나를 잊으리.
그리고 나의 파도소리에 귀 기울이고 행복에 가득차서
빈 하늘을 바로버리니
나 그얼마나 힘차고 자유로우리
들판을 파헤치고
숲을 휘어뜨리는 회오리처럼.
그런데 불행히도: 미친다는 것은 페스트보다 더 두려운 일,
곧 갇히고
사슬에 묶이러니,
사람들은 창살 사이로 짐승을 찌르듯 찌르러 올 것이고,
그리고 밤에는 들을 것이다.
꾀꼬리의 울리는 낭랑한 목소리도 아니고
빽빽한 참나무숲의 웅성거림도 아니고 울리는 것은
친구들의 외침소리, 밤의 파수꾼의 욕설, 사슬이 쩔렁이고 삐걱이느 소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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