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뉴욕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활기에 넘치고 모험으로 가득한 밤의 분위기와 끊임없ㅇ디 명멸하는 남녀와 자동차들이 들떠 있는 눈동자에 안겨 주는 만족감이 마음에 들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5번가를 걸어 올라가 군중 속에서 낭만적인 여자들을 골라내 몇 분 안에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는 상상을 하며 즐겼다.
어느 누구도 그 사실을 눈치채거나 그러지 말라고 말리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마음속으로 보이지 않는 길모퉁이에 있는 아파트까지 그 여자들을 따라가 그들이 문을 열고 따듯한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뒤돌아서서 나를 향해 미소 짓는 못흡을 혼자 상상해 보기도 했다.
때때로 나는 마법에 걸린 듯한 대도시의 황혼 녘에 주체할 수 없는 고독감을 느꼈고, 사람들에게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가령 식당에서 외롭게 저녁을 먹을 시간을 기다리면서 쇼윈도 앞에서 서성대는 가난한 젊은 사무원들, 밤과 삶엣서 가장 강렬한 순간들을 낭비하며 어스름 속을 헤매는 젊은 사무원들에게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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