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갖는 하나의 매력은, 결혼
당사자 양편 모두에게 기만의 삶이 필수
불가결해진다는 데 있지 않은가. 나는
내 아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고, 아내는
내가 무얼 하고 있는지 결코 알지
못해.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라면, (우리가 가끔 자리를 함께 할
때도 있긴 하네. 외식을 한다든가,
공작의 집에 갈 때지.) 우리는 가장
심각한 표정으로 가장 하찮은 이야기를
하곤 하네. 아내를 이런 일에 아주
능해. 실제로 나보다 훨씬 더 능하지.
내 아내는 밀회의 대상과 일정을
혼동하는 일이 거의 없지만, 나는 항상
혼동하니까. 하지만 내가 누굴 만나고
있는 걸 알아도 아내는 결코 싸움을
걸지 않네. 때로는 아내가 싸움을 걸어
주기를 원할 대도 있어. 하지만 아내는
그런 나를 비웃을 따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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