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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421

꽃의 얼굴을 보았다. - 안리타@hollossi 혼자이고 싶은 시간이 찾아 들면, 나만의 장소에 찾아간다. 밤의 고유한 향기를 좇아 걸었다. 그곳에는 자홍색 풀 꽃이 서서히 달빛에 익어가고 있었다. 꽃아, 너, 내 얼굴 가만히 보고 있네 예쁘네, 나보다 더 좋은 곳에 산다. 「사라지는, 살아지는」 2021. 10. 1.
단 하루의 영원한 밤 - 김인숙 여자는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분명히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 있다고. 그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고 개체마다 다르게 시작되는 운명의 차원이나 상처의 방식도 아니라고. 그것은 존재의 방식이라고. 더럽고, 냄새나고, 그저 꿀떡꿀떡 삼켜야 하는. 2021. 10. 1.
셜록 홈즈 - Sir Arthur Ignatius Conan Doyle 이 모든 게 이상하게 보이지요? 자, 수사 초기에 여러분은 많은 단서들을 놓쳤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것 하나를 포착했고 그것을 젠제로 추리를 세웠습니다. 여러분을 당황하게 한 단서들이 내게는 명확한 결론을 내려주었습니다. 이상한것과 신비스러운 것을 혼동하면 안 되지요. 어떤 범죄는 추리할 만한 단서나 특이점이 없기때문에 신비스러우 ㅓ보입니다. 이 사건도 사체에 특별한 단서가 없었지요. 하지만 그런 점들이 사건 풀이를 더 쉽게 만들었습니다. 2021. 10. 1.
향수 -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게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 지고 이삭주던 곳, ---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 2021. 10. 1.
Endymion - John Keats A thing of beauty is a joy for ever: Its loveliness increases; it will never Pass into nothingness; but still will keep A bower quiet for us, and a sleep Full of sweet dreams, and health, and quiet breathing. Therefore, on every morrow, are we wreathing A flowery band to bind us to the earth, Spite of despondence, of the inhuman dearth Of noble natures, of the gloomy days, Of all the unhealthy a.. 2021. 9. 30.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듯 - 가랑비메이커@garangbimaker 나는 관계에 있어서 그에게서 미움을 사는 것보다도 내게 결정적인 힘이 없다는 것에서 마음이 아팠다. 몰아치는 시간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점점 더 물러서는 너를 붙들고 다시금 내 곁으로 가져다 놓을 힘이 내게 없다는 것이 117p 「깊은 슬픔」 2021. 9. 30.
꿈의 노래 - Rainer Maria Rilke 이 노란 장미꽃은 어제 그 소년이 나한테 준 것이다. 오늘 나는 이 장미꽃을 그 소년의 새무덤으로 가지고 간다. 장미꽃 잎 그늘에 조그만 물방울이 아직도 방울져 빛난다..... 보게나 오늘은 그것도 눈물이다. 어제는 아침 이슬이던 것이..... 2021. 9. 30.
어린왕자 - Antoine Marie Jean-Baptiste Roger de Saint-Exupéry "언젠가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의 별을 다시 찾아낼 수 있도록 하려고 별들이 저렇게 반짝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군." 2021. 9. 30.
나무 대륙기 - 은림 아름다운 무늬로 상감된 파란 접시 위에 산 채로 회 떠진 생선을 물끄러미 본다. 차마 시선을 돌릴 수도 머물 수도 없는 산 머리가 입을 뻐끔댔다. 시퍼렇게 눈뜬 삶이 무화를 노려본다. 연회장에 차려진 식탁의 한가운데엔 식재료의 싱싱함을 자랑하는 살아 있는 물고기가 헤엄치는 크고 아름다운 어항이 놓여 있었다. 반공주는 그 안에 예정된 죽음을 기다리는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짙게 화장한 얼굴이 둥근 어항에 비쳐 기괴하게 일그러져 보였다. 누군가 무화를 이 비루한 삶에 잡아 넣고 종국에는 이렇게 굽거나 회쳐먹으리라. 그 식탁의 주인은 과연 누굴까. 무화는 생선 기름으로 씁쓸한 입술을 닦았다. 입 안에 씹어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살점이 굴러다녔다. 무화는 생선 기름으로 씁쓸한 입술을 닦았다. 입 안에 .. 2021. 9. 29.
역사의 역사 - 유시민 나는 역사가 문학이라거나 문학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훌륭한 역사는 문학이 될 수 있으며 위댛한 역사는 문학일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에서 다룬 역사책들을 읽으면서 나는 흥미로운 역사의 사실을 아는 즐거움을 얻었고 사실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귀하게 다가온 것은 저자들이 문장 갈피갈피에 담아 둔 감정이었다. 역사의 사시로가 논리적 해석에 덧입혀 둔 희망, 놀라움, 기쁨, 슬픔, 분노, 원망, 절망감 같은 인간적, 도덕적 감정이었다. 역사의 매력은 사실의 기록과 전승 그 자체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데 있음을 거듭 절감했다. 2021. 9. 29.
서로의 마음을 산책 중 - 자토 가끔은 귀찮음을 무릅쓰고 최선을 다해 꾸미고 싶은 날이 있다. 누군가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 열심이었던, 과거의 설렘들이 그리울 때 말이다. 2021. 9. 29.
건너편의 사람 - 박가람@seeinmymindd 건너편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여긴 초록 부링 사라진 횡단보도 모든차가 187로 달리는 여기서 누군가에게 건너가려면 목숨을 건 무단횡단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이 인간에게로 가는 길에는 이렇게도 시체가 많은 것이다 「사랑과 가장 먼 단어」 2021. 9. 29.
춘향전 - 작자미상 옛말에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열녀는 두 지아비를 섬기지 않는다'고 하오니, 사또께서는 응당 아실지라. 만일 나라가 불행하여 어려운 때를 당하오면 사또께서는 도적에게 굴복하시리이까? 2021. 9. 29.
5월 아침 - 김영랑 비 개인 5월 아침 혼란스런 꾀꼬리 소리 찬엄(燦嚴)한 햇살 퍼져 오릅내다 이슬비 새벽을 적시울 즈음 두견의 가슴 찢는 소리 피어린 흐느낌 한 그릇 옛날 향훈(香薰)이 어찌 이 맘 홍근 안 젖었으리오마는 이 아침 새 빛에 하늘대는 어린 속잎들 저리 부드러웁고 발목은 포실거리어 접힌 마음 구긴 생각 이제 다 어루만져졌나보오 꾀꼬리는 다시 창공을 흔드오 자랑찬 새 하늘을 사치스레 만드오 사향(麝香) 냄새도 잊어버렸대서야 불혹이 자랑이 아니 되오 아침 꾀꼬리에 안 불리는 혼이야 새벽 두견이 못 잡는 마음이야 한낮이 정밀하단들 또 무얼하오 저 꾀꼬리 무던히 소년인가 보오 새벽 두견이야 오-랜 중년이고 내사 불혹을 자랑턴 사람. 2021. 9. 27.
이상적 부인 - 나혜석 연애결혼만 해도 처음은 여자에게 무엇이 있을 듯하여 호기심을 두던 것이 미구에 그 밑이 들여다보이고 여자는 그대로 말라붙고 남자는 부절히 사회 훈련을 받아 성장해 나가니 그 결과는 어떻게 되겠습니다. 서로 물끄러미 말끄러미 쳐다보게 되고 권태가 생기지요. 2021. 9.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