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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TEXT ]336

일간 이슬아 수필집 - 이슬아 댄스 교습소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남의 행동을 따라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신기하게도 그걸 하는 내내 나는 내가 너마 나 같았다. 어떻게 해도 나는 나구나. 이게 내 몸이구나. 내가 마음을 먹어야만 내 몸이 움직여지는구나. 2021. 4. 29.
구원 - 박가람@seeinmymindd 누구에게든 안 그렇겠느냐마는 저에게 어머니는 아주 특별한 존재입니다. 용서는 신이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건네준 권능이라는데 저는 어머니 덕에 자주 구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하루는 어머니께서 해서는 안 될 아주 모진 말들을 쏘아두고는 그 말을 듣는 어머니의 무너지는 표정을 감당할 수 없어 ㅇ도망치듯 방에 들어가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있는데 잠시 뒤 밖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들~ 밥 먹어~ 그 날 저는 밥이 반쯤 식어서야 문 밖으로 나가 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태연히 평소처럼 저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셨습니다. 일하느라 바빠서 반찬이 별것 없어 미안하다는 말씀과 함께. 좀 전까지 그렇게 모진 말을 쏘아두고 간 아들에게 어머니는 어떻게 그렇게 빠른 용서를 행하고 자신의 슬픔을.. 2021. 4. 22.
우리 시대의 영웅 -Михаил Юрьевич Лермонтов 한 젊은이가 그의 가장 소중한 희망과 꿈을 잃어버리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슬프다. 비록 그 낡은 망상을 새것으로 바꿔 낼 희망이 있다고는 해도, 새것이란 것 역시 덧없고도 달콤한 것일 뿐…… 2021. 4. 22.
조물주가 답하다 - 장유 그댜에게 답하노라 어찌 없는 말을 지어내는가. 나는 무심하게 만물을 보살피니 만물은 제각기 살아가는 거라네. 꽃피거나 시들거나 약하거나 강하거나 만물의 성질은 각기 다른 것. 나느 본래 누구도 차별하지 않으니 두루 사랑하고 두루 미워한다네. 그대는 타고난 체질이 허약해 속이 허하고 몸도 말랐는데 섭생하는 요령을 몰라 스스로 병을 만든 것이지. 마치 저 등잔 기름이 불을 밝힐 때 타다가 끝내는 혼자 사그라들 듯 갈 데까지 가고도 반성할 줄 모르고 엉뚱한 소리만 하니 어찌 그리 어리석은가. 해충만 없애면 곡식도 절로 소생하나니 담담하고 고요하게 사는 참맛을 알면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 수 있으리. 2021. 4. 22.
동화 - Gloria Laura Vanderbilt 예전에 어느 소녀는 날마다 날마다 내일은 오늘과 다르기를 바라면서 살았답니다. 2021. 4. 22.
날짜없음 - 장은진 그가 소독을 끝내고, 관자놀이와 뺨으로 흘러내린 약물을 손등으로 닦아 준 뒤 밴드를 붙여 줬다. 역시나 손길은 좀 거칠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다치길 잘해싿며, 아까부터 심장이 내내 두근대고 있다는 것이었다. 부르르 떨다 익어 버렸을지도 모를 내 심장. 설렘이었다. 계속돼도 상관없을. 아니 계속되길 바라게 만드는 감정. 2021. 4. 22.
일의 기술 - Jeff Goins 실패는 가장 좋은 친구다. 장애물을 억지로 밀어붙일 게 아니라 회전축을 활용하여 우회하라. 실패하거나 거부당할 때마다 거기서 뭔가를 배우라. 성공의 계절은 실패의 계절 후에 찾아온다. 2021. 4. 22.
사라지는, 살아지는 - 안리타@hollossi 따스한 햇살을 배불리 먹고 누웠다. 노곤하고 포근하다. 내 인생 최고의 하루였다. 2021. 4. 22.
나는 고뇌의 표정이 좋다 - Emily Dickinson 나는 고뇌의 표정이 좋아. 그것이 진실임을 알기에 사람은 경련을 피하거나 고통을 흉내낼 수 없다. 눈빛이 일단 흐려지면 그것이 죽음이다. 꾸밈없는 고뇌가 이마 위에 구슬땀을 꿰는 척할 수는 없는 법이다. 2021. 4. 14.
지문과 커피 - 손지상 "저랑 영화 보시면 다 나으실 텐데." 남자가 말했다. 그 순간 뺨을 안 때린 내가 대견하다. 분명 다음 생에는 막대한 유산을 상속하는 운명으로 태어날 것이다. 2021. 4. 14.
톰 소여의 모험 - Samuel Langhorne Clemens(Mark Twain) 톰은 이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조금 전에 겪었던 불쾌한 일을 모두 깨긋이 잊어버렸다. 그의 고민거리가 어른들이 겪는 불쾌한 일보다 조금이라도 덜 우울하고 덜 고통스러워서가 아니라, 아주 재미있는 일이 새로 생각나서 먼저 있었던 일이 새로 생각나서 먼저 있었던 일들을 당분간 그의 머릿속에서 씻어 버렸기 때문이다. 2021. 4. 14.
목늘어난 티셔츠가 지저분해 보이지 않는 이유 - 수수진@project158_ 다시 한 번 나라는 인간의 삶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피이 후회한다. 앞으로도 후회할 일은 수두룩하겠지만, 그 후회를 조금씩 줄여가기 위해 이 글을 남기고 내일을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내년 생일에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적어도 포기했다는 소리는 없도록. 이 후회가 평생에 남을 생일선물이 되도록 말이다. 2021. 3. 19.
마리 멜리에스 - 해도연 컴퓨터 속에서 폭풍우를 분자 하나까지 완벽하게 재현한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을 젖게 만들 수는 없어요. 증명해 봐요. 내 속에 남아 있던 감정의 덩어리가 당신을 흠뻑 젖게 만들 수 있다는 걸. 2021. 3. 19.
별똥 떨어진 데 - 윤동주 나느 처음 그를 퍽 불행한 존재로 갓고롭게 여겼다. 그의 앞에 설 때 슬퍼지고 측은한 마음이 앞을 가리곤 하였다. 마는 돌이켜 생각컨대 나무처럼 행복한 생물은 다시 없을 듯하다. 굳음에는 이루 비길 데 없는 바위에도 그리 탐탁치는 못할망정 자양분이 있다하거늘 어디로 간들 생의 뿌리를 박지 못하며 어디로 간들 생활의 불평이 있을소냐. 칙칙하면 솔솔 솔바람이 불어보고, 심심하면 새가 와서 노래를 부드라 가고, 촐촐하면 한 줄기 비가 오고, 밤이면 수많은 별들과 오손도손 이야기할 수 있고------ 보다 나무는 행동의 방향이란 거추장스런 과제에 봉착하지 않고 인위적으로든 우영느로든 탄생시켜준 자리를 지켜 무진무궁한 영양소를 흡취하고 영롱한 햇빛을 받아들여 손쉽게 생활을 영위하고 오로지 하늘만 바라고 뻗어질 수.. 2021. 3. 4.
Sister - Rosamund Lupton "죽은 사람은 어떤 나이로든 기억될 수 있잖아. 그렇지?" 엄마가 물었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생각에 잠긴 사이 엄마가 다시 입을 열었어. "너는 아마 어른이 된 테스를 떠올릴거야. 너희 둘은 어른이 되어서도 친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오늘 잠에서 깼을 때 세살이던 테스가 내가 슈퍼마켓에서 사준 요정 치마를 입고 경찰 헬멧을 쓴 모습이 떠올랐어. 손에는 요술 지팡이 대신 나무 숟가락을 들고 있었어. 어제 버스에서는 그 아이가 두 살 때 내 품에 안겨 있던 모습이 떠올랐어. 따스했던 그 아이의 체온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지. 내 손가락을 꽉 붙잡던 그 아이의 손가락도 떠올랐어. 손이 너무 자그마해서 내 손가락을 다 쥘 수도 없었지. 내품에 머리를 기댄 채 잠들 때까지 그 아이의 목을 쓰다듬던 일도 기억났어... 2021.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