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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섬 - 정지돈 거대한 반투명 얼룩이 밤섬을 덮었다. 주변을 헬기와 보트, 선박, 드론 등 온갖 것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얼룩은 일렁이며 꿈틀거렸다. 뉴스에서는 실시간으로 밤섬의 변화를 보도중이었다. 밤섬에서 정체불명의 에너지가 감지되었다. 방사능일 수도 있고 외계에서 온 위험물질일 수도 있다. 시민 여러분은 집 안을 벗어나지 마라. 곧 서강대교 건너편에서 군부대가 밀려왔다. 다리는 폐쇄 되었다. 2021. 8. 20.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김동영 세상에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만 있으면 조금은 초라해도 아무 상관없다는 걸.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2021. 8. 20.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 角田 光代 젊음과 새로움이 동의어가 아니듯,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사람이 저절로 어른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세월의 상처도 견뎌낼 수 있는 건강한 몸을 갖자. 튼튼한 몸에 튼튼한 마음이 깃들 수 있도록. 2021. 8. 20.
봄 낮의 평화 - 박가람@seeinmymindd 봄 낮의 평화는 아늑하지만 내겐 너무 이질적인 느낌. 내게 평화는 마음속을 굴러다니는 다면체라 닿는 면에 따라 부드럽다가도 거칠게 느껴진다. 나는 너무 많은 미래 때문에 순간의 평화를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 내일을 생각한다는 건 오늘의 저주. 낮 최고기온 24도의 따뜻함과 어울리는 분홍색 미풍, 갓 씻고 나와 풍기는 내 피부의 도브 비누 냄새, 골목길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소리. 이 모든 것의 행복감을 오감으로 느끼면서도 눈앞 하얀 꽃나무의 떨어지는 꽃잎을 보고는 머리로는 아름답다고 받아들이면서 속으로는 이런 문장을 조립한다. 하얗게 펑펑 우는 우리 집 앞 꽃나무 우리 서로 마주 보아 그런 건가 아니면 그냥 자신에 대한 슬픔인가 처음 봤을 때 그저 아름답다고만 생각했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진짜 궁금한게 그.. 2021. 8. 20.
불 사루자 - 노자영 아, 빨간 불을 던지라, 나의 몸 위에 그리하여 모두 태워 버리자 나의 피, 나의 뼈, 나의 살! 자아를 모두 태워 버리자! 아, 강한 불을 던지라, 나의 몸 위에 그리하여 모두 태워 버리자 나의 몸에 붙어 있는 모든 애착, 모든 인습 그리고 모든 설움 모든 아픔을 자아를 모두 태워 버리자 아, 횃불을 던지라, 내의 몸 위에 그리하여 모두 태워 버리자 나의 몸에 숨겨 있는 모든 거짓, 모든 가면을 오 그러면 나는 불이 되리라 타오르는 불꽃이 되리라 그리하여 불로 만든 새로운 자아에 살아보리라. 불 타는 불, 나는 영원한 불나라에 살겠다 모든 것을 사루고, 모든 것을 녹이는 불나라에 살겠다. 2021. 8. 20.
절망의 구 - 김이환 "······을 조심하게 젊은이." 남자는 뒤를 돌아보았다.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남자의 어깨에 부딪히면서 건넨 말이었으나 무엇을 조심하라는 것인지 남자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이미 골목 너머러 사라진 후였다. 앞을 잘 살피면서 걸으라는 충고였을까? 남자는 생각했다. 생각에 잠겨 있던 남자가 맞은편에서 오던 할아버지를 피하지 못했을 뿐일까. 2021. 8. 20.
고요한 미래 - 임현 "그런데 말입니다. 혹시 누군가가 쳐다보는 기분을 느낀 적은 없습니까?" 딱히 대답을 바라고 하는 질문 같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남자가 전혀 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고개를 과하게 끄덕이며 내가 그렇다고, 당신과 정말 다르지 않다고 격하게 동의했다. 2021. 8. 20.
여름 - 박지용 매미 울음소리가 가득찬 날입니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시끄럽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까닭은 아마 그 무언가를 위해 그 누군가를 위해 혹은 나를 위해 내 사랑을 위해 온 몸으로 울어본 적이 없기 대문일 것입니다 스스로 한여름이 되어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천장에 야광별을 하나씩 붙였다」 2021. 8. 18.
수풀 아래 작은 샘 - 김영랑 수풀 아래 작은 샘 언제나 흰구름 떠가는 높은 하늘만 내어다보는 수풀 속의 작은 샘 넓은 하늘의 수만 별을 그대로 총총 가슴에 박은 작은 샘 두레박을 쏟아져 동이 가를 깨지는 찬란한 떼별의 흩는 소리 얼켜져 잠긴 구름 손결이 온 별나라 휘흔들어버리어도 맑은 샘 해도 저물녁 그대 종종걸음 훤듯 다녀갈 뿐 샘은 워로워도 그밤 또 그대 날과 샘과 셋이 도른도른 무슨 그리 향그런 이야기 날을 세웠나 샘은 애끈한 젊은 꿈 이제도 그저 지녔으리 이밤 내 혼자 나려가볼꺼나 나려가볼꺼나 2021. 8. 18.
나만 위로할 것 - 김동영 보고 싶네요. 뭐 달리 할말은 없어요. 아마 당신도 비슷한 기분이겠죠? 2021. 8. 18.
미술관에서 - Colde 3. 미술관에서 마침내 미술관에 도착했다. 그 안을 서성이다 어느 그림 앞에 멈추었다. 이내 움직일 수 없을만큼 압도되었다. 늘 상상만 했던 그림이 바로 나의 눈 앞에 있지만 절대 만질 수 없다. 나는 그 그림을 품에 안고서 미술관을 빠져나갈 것이다. 나의 숲으로 데려가기 위해서 2021. 8. 13.
에브리데이 - David Levithan 사람들은 자기 몸이 지속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처럼, 사랑도 당연히 지속될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사랑에서 가장 좋은 것은 지속적인 만남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일단 그런 만남이 이루어지면, 그건 우리 삶에 착된 또 하나의 토대가 된다. 그러나 그런 지속적인 만남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를 지탱 해줄토대는 늘 하나 뿐이다. 2021. 8. 12.
나쁜 감정은 없습니다 두려움을 피하려고 하면 상황이 악화됩니다. 고통스럽더라도 두려움을 직면하고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오히려 두려움은 사라집니다. 2021. 8. 12.
치킨과 맥주 - 권민정 미안해하지 않는다. 망설이지 않는다. 어떻게든 이 골목을 나갈 것이다. 2021. 8. 12.
순한 사람들 속을 헤집고 나왔어도 - 가랑비메이커@garangbimaker 언제까지고 접싯물에서 수영할 수는 없는 법 언제까지나 침대만 밟고 설 수는 없는 법 덮쳐오는 파도에 비명도 질러봐야 소리를 내는 법을 알고 거친 땅을 맨발로 딛고서야 비로소 굳은살이 밴다 무고한 얼굴로 그저 나는 몰라요, 라는 당신에게는 거울이 사라져야 한다 하루를 거울 속에서만 보내는 당신이 뚜벅뚜벅 찾아간 그의 삶에 기댈 궁리만 하는 당신이 야금야금 베어 먹던 그 하루는 거울 속에 있지 않다 그의 단단해 보이는 어깨가 아무렇잖아 보이는 얼굴이 거울 밖에서 얼마나 자주 무너져 내리는지 당신은 알아야 한다 34p 「거울을 내다버려요」 2021.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