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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온 - 문지혁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가 책을 지키려는 건 그냥 그래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사는 것과 비슷하죠. 우리는 그걸 일종의 당위로 느껴요. 무엇 때문에가 아니라, 그래야만 하기 때문에 하는 거예요. 2021. 8. 11.
호주머니 - 윤동주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이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2021. 8. 11.
순수한 열망 - 강민경 아 순수한 열망이여 그대는 참으로 인내심이 없어 또다시 내 곁을 떠나가 자리를 비워두어 욕심이 또다시 그대 자리 차지하도록 기회를 준다 그럼에도 그대는 미련 없이 떠나가 한참을 부유하다 강박으로 지내는 날들로 지쳐 다음을 기약하는 일이 지쳐가는 나를 구제하러 예기치 못하게 찾아와 나를 떠오르게 만든다 「서른결의 언어」 2021. 8. 9.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 - Bruno Alfred Döblin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우리의 위대한 실러는 이미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인생이란 우리 인간이 가진 것 중 최고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인생이란 닭장의 사다리일 뿐, 저 위에서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가는. 2021. 8. 9.
일간 이슬아 수필집 - 이슬아 댄스 교습소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남의 행동을 따라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신기하게도 그걸 하는 내내 나는 내가 너무 나 같았다. 어떻게 해도 나는 나구나. 이게 내 몸이구나. 내가 마음을 먹어야만 내 몸이 움직여지는 구나. 2021. 8. 9.
취하지 않고서야 - 재은@jaen1126 우리는 늘 어수룩하게 삶의 부스러기를 흘리고, 그걸 주우며 스스로에 대해 하나식 배운다. 가끔은 나를 이해하는 일, 지난한 스스로의 감정을 깨닫고 다독이는 일이 타인을 위로하고 공감하는 일보다 어렵다. 나를 망가뜨리지 않는 것, 그게 당신을 아끼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2021. 8. 6.
곧은 나무는 베이고 - 김시습 군자가 생각할 바 몸과 맘 온전히 지킬 일. 하잘것없이 속세에 허둥대는 건 자연에 묻혀 삶만 못하다네. 나무는 곧음 때문에 베이고 기름은 밝음 때문에 태워지네. 쓰일 데 없음이 외려 쓸 만한 것 이런 게 옛날 옛적 태평한 세상. 2021. 8. 6.
Les Misérables - Victor Marie-Hugo 그는 자문했다. 이 모든 행복이 정녕 나의 것일까, 이것은 남의 행복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가, 늙은이인 내가 빼앗고 훔치는 이 아이의 행복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건 조금도 도둑질이 아닐까? 2021. 8. 6.
나는 고뇌의 표정이 좋다 - Emily Elizabeth Dickinson 나는 고뇌의 표정이 좋아. 그것이 진실임을 알기에 사람은 경련을 피하거나 고통을 흉내낼 수 없다. 눈빛이 일단 흐려지면 그것이 죽음이다. 꾸밈없는 고뇌가 이마 위에 구슬땀을 꿰는 척할 수는 없는 법이다. 2021. 8. 2.
위폐범들 - André Paul Guillaume Gide 악마와 하느님은 하나야. 둘은 서로 뜻이 맞아. 우리들은 이 세상의 나쁜 것은 모두 악마에게서 오는 것이라 믿으려고 애써. 왜 그러냐 하면 그렇지 않으면 하느님을 용서할 힘을 우리들에게서 찾아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야. 2021. 8. 2.
오늘의 명언 - Baruch de Spinoza 비록 내일 세계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2021. 8. 2.
기억해줘요 - Carlo Rossetti 날 기억해줘요, 나 가고 없을 때, 머나먼 침묵의 나라로, 나 영영 가버렸을 때 당신이 더 이상 내 손을 잡지 못하고 나 되돌아가려다 다시 돌아서 버리는 그때에. 날 기억해 줘요, 당신이 짜냈던 우리들 앞날의 계획을 날마다 나한테 이야기할 수 없게 될 대에. 날 기억해 주기만 해요, 그 때엔, 의논도 기도도 이미 늦는다는 것을 당신은 알아요. 그러나 행여 당신이 나를 잠시나마 잊어야할 때가 있을지라도 그 후에 곧 다시 기억해 줘요, 가슴 아파 하질랑 말고 혹시 암흑과 부패 속에서 살아 생전 내가 품던 생각의 흔적이라도 보고 나를 기억하여 슬퍼하느니보다 잊어버리고 웃는 편이 훨씬 더 나을테니까요. 2021. 7. 26.
나를 보내지마 - Sir Kazuo Ishiguro "이상해. 그 모든 게 지나가 버렸다고 생각하니 말이야." 나는 자리에 앉은 채로 몸을 돌려 다시 그녀를 마주보았다. "그래, 정말 이상해. 그 시절이 지나가 버렸다는 게 믿기지 않아." "정말 이상해. 이제 와선 그런게 전혀 상관없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상관이 있는걸." "무슨 말인지 알아." 2021. 7. 26.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 이산화 온 시야가 하얗게 번쩍거리다가 원래대로 올아오자, 잿빛 팝업창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강제기상 앱 version 1.3 체험판을 이용하셨습니다. 구매하시겠습니다?(15드롭스)] 2021. 7. 26.
님의 침묵 -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 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 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 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에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리에 들어 부었습니다. 우리는.. 2021.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