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TEXT ]336 못잊어 - 김소월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있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2018. 12. 4. 말세의 탄 - 이상화 저녁의 피 묻은 동굴(洞窟)속으로아-- 밑 없는 그 동굴(洞窟) 속으로끝도 모르고 끝도 모르고 나는 꺼꾸러지련다.나는 파묻히련다.가을의 병든 미풍(微風)의 품에다 아- 꿈꾸는 미풍(微風)의 품에다 낮도 모르고 밤도 모르고 나는 술 취한 집을 세우련다.나는 속 아픈 웃음을 빚으련다. 2018. 12. 4. Les Misérables - Victor Marie-Hugo 사회는 호흡하는 방법을 걱정해야 한다.뇌졸중은 더 이상 두려워할 것이없지만, 폐병이 거기에 있다. 사회의폐병은 빈궁이라 불린다. 사람은즉사하는 것과 같이 시나브로 쇠약하여죽는다. 2018. 12. 4. 한국이 싫어서 - 장강명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해봣어. 나는 먹는 거에 관심이 많아서맛있는 음식이랑 과자를 좋아하지. 또술도 좋아해. 그러니까 식재료랑 술값이싼 곳에서 사는 게 좋아. 그리고공기가 따뜻하고 햇볓이 잘 드는 동네가좋아. 또 주변 사람들이 많이 웃고표정이 밝은 걸 보면 기분이 좋아져.매일 화내거나 불안해하는 얼굴들을보면서 살고 싶지 않아.그런데 그게 전부야. 그 외에는 딱히이걸 꼭 하고 싶다든가 그런 건 없어.아무리 생각해 봐도. 2018. 12. 4. 무심 - 김소월 시집 와서 삼년(三年)오는 봄은거친 벌 난 벌에 왔습니다. 거친 벌 난 벌에 피는 꽃은졌다가도 피노라 이릅니다.소식 없이 기다린이태 삼년(三年) 바로 가던 앞 강(江)이 간 봄부터굽어 돌아 휘돌아 흐른다고그러나 말 마소, 앞 여울의물빛은 예대로 푸르렀소. 시집 와서 삼년(三年)어느때나터진 개여울의 여울물은거친 벌 난 벌에 흘렀습니다. 2018. 12. 3. 단심가 - 정몽주 이몸이 죽고죽어 일백번 고쳐죽어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님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줄이 있으랴 2018. 12. 3. 청춘소년들아 - 정철 청춘소년들아 백발노인 웃지마라공변된 하늘아래 넨들 매양 젊었으랴우리도 소년 행락이 어제련가 하노라. 2018. 12. 3. 가마귀 열 두 소리 - 김수장 가마귀 열 두 소리 사람마다 꾸짖어도그 삿기 밥을 물어 그 어미를 먹이나니아마도 조중증자는 가마귄가 하노라 2018. 11. 30. 포구(浦口) - 김상용 슬픔이 영원해사주(砂洲)의 물결은 깨어지고묘막(杳漠)한 하늘 아래고한 곳 없는 여정(旅情)이 고달파라. 눈을 감으니시각이 끊이는 곳에추억이 더욱 가엾고 깜박이는 두셋 등잔 아래엔무슨 단란(團欒)의 실마리가 풀리는지...... 별이 없어 더 서러운포구의 밤이 샌다. 2018. 11. 30. 춘설 - 정지용 문 열자 선뜻!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뫼뿌리와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옹숭거리고 살아난 양이아아 꿈 같기에 설워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옴짓 아니 기던 고기압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한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 2018. 11. 30. 카라마조프 가의 형재들 1 - 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Fyodor Dostoevsky) "다들 똑같은 계단에 서 있는거야.다만, 나는 가장 낮은 곳에 있고 형은저 위쪽, 어디 열세 번째 계단쯤에있을 뿐이지. 이 문제에 대한 내관점은 이런데, 이 모든 것이 똑같은것, 완전히 동일한 성질의 것이야.아래쪽 계단에 발을 내디딘 사람은어떻든 꼭 위쪽 계단까지 올라가게 될 테니까.""그렇다면 아예 발을 내딛질 말아야겠네?""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예내딛지 말아야지.""그런 너는, 너는 그럴 수 있어?""그럴 수 없을 것 같아." p.230-231 2018. 11. 27. 강물 - 김영랑 잠 자리 서뤄서 일어났소꿈이 고웁지 못해 눈을 떳소 벼개에 차단히 눈물은 젖었는듸흐르다못해 한방울 애끈히 고이었소 꿈에 본 강물이 몹시 보고 싶었소무럭무럭 김 오르며 내리는 강물 언덕을 혼자서 지니노라니물오리 갈매기도 끼륵끼륵 강물은 철 철 흘러가면서아심찬이 그꿈도 떠실고 갔소 꿈이 아닌 생시 가진 설움도작고 강물은 떠실고 갔소. 2018. 11. 27. 아홉번째 파도 - 김인숙 남자가 떠난 후에도 얼마간의 시간이흘러서야 그녀는 자신이 여전히 담배연기로 자욱한 흡연실 한가운데 앉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이담배꽁초처럼 남겨졌다고 생각했다.그리고 남자는 어쩌면 담배를 끊는것보다 그녀를 끊는 것이 더 쉬운일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2018. 11. 27. 역사의 역사 - 유시민 역사의 역사는 내게 "너 자신을알라"고 말했다. 인간의 본성과 존재의의미를 알게 되면, 시간이 지배하는망강의 왕국에서 흔적도 없이 사그라질온갖 덧없는 것들에 예전보다 덜집착하게 될 것이라고 충고해 주었다.역사에 남는 사람이 되려고 하기보다는자기 스스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인생을 자신만의 색깔을 내면서살아가라고 격려했다. 2018. 11. 16. 농담 - Milan Kundera 그녀를 이해하고, 그녀 쪽으로 향하고,나에게 와닿는 쪽에서만 그녀라는 사람을사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와 직접관련이 없는 모든 부분에 대해서도,그러니까 그녀 자체의 모습, 그녀혼자만의 모습에 대해서도 그녀를사랑하는 것. 그러나 나는 이를 알지못했고 그래서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2018. 11. 16.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23 다음